육아하는 삶/육아일기 2017-20

생후 34개월, 우리 아이의 언어발달

옥포동 몽실언니 2020. 10. 10. 09:33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저희 첫째 아이 잭이 요즘 청산유수입니다.  모든 것을 "으으으, 어어어" 로 말하던 그 아이는 어디가고, 완전히 다른 아이가 된 것 같아요. 

말을 제법 하니 좋은 점이 아주 많습니다.  아주 조금 나쁜 점도 있구요. 

좋은 점

1.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점은 자기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와 갈등 상황이 줄어들었습니다. 

밥이 먹고 싶으면 배 고프다, 먹기 싫으면 그만 먹겠다, 다른 게 먹고 싶으면 구체적으로 그 음식을 달라, 일일이 말로 해 주니 저희도 아주 편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잠에서 깨지 못하고 있는 저를 흔들어 깨우며 울기 보다는 "엄마, 일어나" 하고 구체적으로 말을 합니다.  말로 하면 되다 보니 이제는 저를 깨우기 위해 제 눈을 어떻게든 뜨게 하려고 제 눈두덩이를 손가락으로 찌르는 일이 사라졌어요!

2. 아이가 자신의 감정표현도 할 수 있으니 그것도 좋습니다. 

저희 아이가 가장 많이 하는 감정 표현은 

"따분해."

"띰띰해 (심심해)."

"화 나."

"나쁜 짓 하고 싶어."

"나쁜 짓 할 거야."

"안 좋아."

이런 말들이라는 게 다소 아쉽습니다.

3. 언어발달이 폭발하니 귀여움도 증폭합니다. 

가끔 엄마나 아빠에게 "아랑해 (사랑해)"라고 말 해 주기도 하고, 포도를 먹다가 제 입에도 한 알 넣어주며 "맛있어? 괜찮아?" 하고 묻기도 합니다.  저희가 하는 말을 따라하는 것 같은데, 그 모습이 아주 귀엽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엄마 아빠를 따라하는 말이라 하더라도, 사랑해, 엄마, 맛있어? 괜찮아? 하고 물으면 그것만으로도 마음이 따스해져요.  저희가 아이를 돌보면서 잘 쓰는 말인데, 아이가 그 말을 저에게 되돌려주니 이 어린 아이도 저를 돌봐주는 것 같아서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합니다.  

4. 상황 보고가 가능합니다.  

아이가 가장 많이 하는 상황보고는 평일에 일하던 아빠가 돌아왔을 때 "나쁜 짓 했어"라는 말입니다.  저희가 아이에게 절대 허용하지 않는 나쁜 짓이 딱 세 가지 (다른 사람 다치게 하기, 물건 집어던지기, 음식으로 장난치기)인데, 그 중 하나를 해서 (대부분 엄마, 아빠, 뚱이 중 한 사람을 때리거나 아프게 하는 것입니다) 벌을 받은 후 엄마가 자기와 놀아주지 않을 때 아빠에게 하는 말입니다.  아이가 나쁜 행동을 하면 제가 아이와 얼마간의 시간 동안 놀아주지 않거든요.  그 덕에 제가 요즘 미약하게나마 독서를 할 수가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거실에 있으면서 제 책을 보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잭이 가끔 나쁜 짓 언제 하려나 기다려질 때도 아주 가끔 있답니다.  하하하.  

아이가 해 주는 유용한 상황 보고는 또 있습니다. 차나 유모차를 타고 가다가 잭 옆에 있는 선재가 잠이 들었는지 물어보면 아이가 대답을 해줘요.  "자." 혹은, "말똥말똥 (깨어 있어)" 라고 말이죠. 

상황 보고를 위한 심부름도 가능해졌어요.  아빠 뭐 하고 있는지 좀 보고 오라고 아이를 보내면 아이가 아빠에게 가서 아빠가 뭘 하고 있는지 살펴본 후 저에게 돌아와서 보고를 해 주죠. 주로 "아빠 쉬 해." "아빠 일 해" 등이 아이의 대답입니다. ㅋ

나쁜 점

아이가 말을 잘 하게 되었는데 나쁜 점이 뭐가 있냐 하시겠지만, 나쁜 점이 있습니다.  물론 부모인 저희 관점에서 나쁜 점이지요. ^^

1. 자기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게 되다 보니 아이 의사를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아이 의사를 존중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가끔 모른 척 하고 넘어가고 싶을 때도 있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저녁 시간에 아이가 많이 졸려하고 아이가 자야할 시간인데도 아이는 자지 않겠다고, 이따 자자, 나중에 자자, 더 놀고 싶다고 계속해서 말을 하는데, 그걸 무시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침실에 올라와서는 "아빠한테 내려갈거야. 내려가고 싶어요. 내려가도 되요?" 하고 물으면 안 된다고, 왜 안 되는지 아이에게 또 주구장창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며 아이를 막아야 합니다.  몇몇 날들은 아이를 막지 못해 아이를 틴틴에게 내려보내기도 하구요.

오늘은 자다가 한 밤중에 또 엄마를 그리 찾네요.  저희 뚱이는 자다가 깨서 엄마를 찾는 법이 없는데, 아직도 저희 집에서는 큰 애만 그렇게 자다가 엄마를 찾습니다.  

아이 방을 가보니 아이가 이불을 모두 차던지고 자서 몸이 차갑습니다.  아이의 차가운 팔과 다리를 감싸 안아주며, 엄마 여기 왔다가, 추우니 이불 덮고 자자며 이불을 덮어주니 그 잠결에도 "이불 안 덮고 싶어"라고 말을 합니다. ㅠㅠ 그래도 아이를 안으며 슬쩍 이불을 덮었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다리를 빵빵 차며 이불을 모두 걷어차네요.  그 말인 즉슨, 조만간 다시 몸이 차져서 저를 찾을 것 같다는 것.  그래서 저는 얼른 이 글을 마치고 아이 곁에 자러 가야 합니다. 

2. 거짓말을 합니다

아이들이 그렇더라구요.  말이 트이기 무섭게 거짓말을 시작하네요. 

아침에 아이에게 오메가3 젤리를 하나씩 주는데, 아침 식사 후 아빠에게 받아서 먹어놓고도 저에게 와서 오메가3를 또 달라고 합니다.

"오메가 쓰리 주세요." 

라구요.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아침에 안 먹었어?"

"안 먹었어."

"아빠가 안 줬어?"

"안 줬어."

"그래?  알았어.  이리 오세요.  엄마가 줄게."

하고 오메가3를 건네줬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틴틴의 휴식시간에 틴틴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틴틴이 기가 막혀 하면서, 안 먹긴 뭘 안 먹었냐고, 아빠가 줘서 먹었지 않냐고 하니 아이는 딴청을 부립니다.  

그 일 이후에도 서너번 정도 오메가3를 더 먹기 위한 거짓말을 했는데, 거짓말은 나쁜 거라고 몇번 일러주니 요 며칠 사이에는 거짓말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행이지요. 

3. 야단을 쳐야 할 때 야단을 제대로 치기가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아이가 하는 말이 너무 기가 막히면서 웃음이 튀어나오게 하기 때문이지요. 

오늘 있었던 일이에요.  잭이 며칠 쌓인 피로로 피곤해서 낮시간 동안 투정을 많이 부렸어요.  그럴 때면 나쁜 행동을 합니다.  팔다리를 휘저으며 저를 아프게 하거나, 동생을 괴롭히는 식이지요.  그러면 저희는 거실 한쪽 구석으로 가서 "벌 서는 시간"을 2분간 가집니다.  오늘, 저에게 팔다리를 휘두르며 저를 아프게 해서 오전에 한 번 벌을 서고, 오후에는 동생을 때려서 벌을 한 번 서고, 그리고 나서도 동생을 한번 넘어뜨려서 벌을 세워야 하는데 벌을 세우지 못했습니다. 

벌을 세우지 못한 건 바로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멀쩡히 앉아서 잘 놀고 있는 동생을 밀어버리자 뚱이가 거실 바닥에 벌러덩 뒤로 자빠졌어요.  그래서 제가 잭에게 야단을 쳤습니다. 

"동생을 밀면 어떡해요?"

라고.. 

그런데 그 때는 왜 그랬는지 뚱이는 울지도 않고 바닥에 벌러덩 자빠져 누운 채로 형을 멀뚱 멀뚱 쳐다보고 있어서 그것도 웃음이 났는데, 제가 야단을 치자 잭이 누워있는 뚱이를 어떻게든 일으켜보려고 용을 쓰는데 뚱이가 잘 일으켜지지 않는 거예요.  지금 잭이 16킬로, 뚱이가 11킬로거든요.  뚱이도 제법 무게가 나가니, 잭의 힘으로 잘 들어올려지지가 않지요.  낑낑거리며 잭이 뚱이를 겨우 일으켰고, 일으키자 마자 말을 하네요. 

"세워줬어."

라구요.  

잭과 뚱이가 같이 낑낑거리는 모습이 너무 웃긴데 웃음을 참아야 해서 참 힘듭니다. 이 때는 뚱이가 울지도 않은 데다가 잭이 다시 일으켜줬으니 벌은 세우지 않고 잘 타이르고 상황을 종료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포티에 앉아서 쉬를 하다가 쉬가 조금 새어 나왔어요.  지난 1, 2주간 아이가 쉬를 하면서 일부러 쉬를 포티 (유아변기)에서 밖으로 새어 나가게 하더라구요.  아주 의도적으로.  장난인지, 엄마 아빠를 골탕먹이려고 하는 것인지.  실수는 절대 아니었어요.  처음에는 실수인 줄 알고 몇 번 넘어갔다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자 일부러 쉬를 그렇게 하면 기저귀를 채우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두어번 기저귀를 채우기도 했어요.  그러다 며칠 전에도 아이가 거의 90% 의도적으로 한 것 같은데, 포티에 쉬를 살짝 새어나가게 하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쉬 (포티) 밖에 나왔어.  일부러 한 거 아니니까 기저귀 채우지 마아~~"

라구요.  이럴 때도 얼른 달려가서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한 후 일관성있게 아이를 야단쳐야 할텐데.. 저녁 시간에 아이가 이러면 저희도 참 난감합니다.  저희도 매번 아이를 야단친다는 게 참 피곤하거든요.  그래서 그 날은 아이의 그 말을 믿어주기로 했습니다. 

"정말이지?  너 거짓말 하는 거 아니지?  거짓말은 나쁜 거야."

라고 하자 아이는 재차 "응, 띨뚜 (실수) 맞아, 띨뚜야." 하며 저희에게 달려옵니다.  그래서 그 날 저녁은 그렇게 봐줬습니다.  그런 날도 있어야지, 싶어서요.  

이렇게 저희는 나날이 발달하는 아이의 언어표현으로 신기한 경험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이가 언어를 배워나가는 과정과 아이가 즐겨 쓰는 표현들도 재미가 있어서 그것들도 다음에 한번 정리해보도록 할게요.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니 재밌거나 귀엽거나 어이없거나 하는 에피소드들이 많아서 좋네요. ^^ 

오늘도 몽실언니의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진: 요즘 들어 훌쩍 자란 잭. 처음으로 자기 체중을 자기 팔로 지탱한 날의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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