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리 5

[엄마일기] 마음 내려놓기

일을 좀 해보려고 마음먹었다고 글을 쓴 게 3주 전인데, 나는 벌써 마음을 내려놓았다. 아니, 실은 내려 놓아야 했다. 그런데, 그렇게 했더니 두통이 사라졌다. 연관글: 2020/12/24 - [좌충우돌 육아일기/한국생활 정착기] - 육아가 주는 불가피한 우울감, 그리고 타인의 육아와 내 노동의 맞교환 세상에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 참 많지만, 그 중 절대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다른 사람의 마음과 몸이다. 현재의 나에게 있어 그 “다른 사람”은 바로 나의 두 아이. 그리고 우리 엄마와 아버지. 그래도 부모님은 부모님이라서, 나를 더 생각해주고 위해주신다 (물론 절대적으로 그 분들의 입장에서의 생각과 위함이라는 게 함정). 그렇지만 나의 두 아이는 그렇지가 않다. 그들은 자신들의 욕구에 ..

자신에게 친절하기: 오늘 한 뿌듯한 일들 기록

"We often wait for kindness... but being kind to yourself can start now." 번역하자면, "우리는 대개 (타인에게서 오는) 친절을 기다리지만, 스스로에게 주는 친절은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다."올해 아이 낳고, 아니, 2년 반 전 큰 애 낳은 후 육아서적이 아닌 서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첫 책, "The boy, the mole, the fox and the horse" 중 한 페이지. 책이 그림이 많다 보니 글밥이 매우 적어서 한숨에 읽어낼 수 있는 책. 명언으로 그득해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주옥같았다. 그래서 나도 나에게 친절하기의 일환으로 오늘 한 뿌듯한 일들을 기록하며 나를 칭찬하고 잠자리에 들고자 한다. 집 정리를 했다. 낮잠 ..

믿을 수 없지만 믿어주기로 한 남편의 진심

오늘은 뭐가 그리 힘들었던가.아침 일찍 남편이 가족 일로 왕복 1시간이 좀 안 되는 지역을 다녀와야 했다. 그 때문인지 (사실, 그게 아니라도 우린 늘 피곤한 상태이긴 하다) 오후가 되기도 전에 나도 틴틴도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잭이 졸려하는 오후. 뚱이도 졸려하니, 우린 이 참에 뚱이도 재우고, 우리도 잠시 쉴 요량으로 드라이브를 나섰고, 드라이브를 하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피곤해서 결국 틴틴과 나는 잠자는 뚱이 곁에서 교대로 낮잠을 잤다.먼저 잔 것은 틴틴이었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에너지를 억지로라도 올리겠다며 주말인데 카페인이 들어있는 발포비타민을 한 잔 하겠다고 했다. 난 주말에까지 뭣하러 그러냐고, 그냥 잠시 올라가서 뚱이 옆에서 한숨 자라고 했다.그렇게 남편을 올려보내고 나 혼자 잭을..

말문 트인 아들의 디테일한 요구들

너무 졸려요. ㅠㅠ 시간만 있다면 블로그에 하루에도 두세개의 글은 쓰고도 남을텐데, 그 놈의 시간이 없습니다. 체력이 없죠. 시간을 쓰면 체력이 안 되니 체력을 위해 시간을 잠 자는데 들여야 하니까요. 저희 잭은 말문이 터져서 이젠 엄마 아빠를 더 디테일하게 아바타로 활용합니다.밥 먹을 때는, "엄마, 밥 먹여주세요.", "엄마, 양배추 아니." (양배추 빼달라는 말).잠 자자고 같이 누워 자는 척을 하면, "엄마, 눈 떠.", "엄마, 눈 떠 봐." 그리고 "엄마, 물". 침대 옆 선반에 물 있으니 마시라고 하면 "엄마, 물 먹여주세요.".자기 장난감, 자기가 가져 오면 될 것을 "엄마, 갖다 주세요."낮에 놀다가 물 달라고 할 때도 여러 종류로 시켜요. "앗 차가라 물 주세요.", "미지근한 물 주세..

영국에서의 첫 연말 연휴: 끈끈한 가족의 시간

이번 연말연휴는 우리 세 식구가 처음으로 영국에서 보낸 시기였습니다. 길고 길었던 연휴 같은데 그 연휴도 어제로 (아직 영국은 밤 10시 반이라 오늘이지만) 끝이 났네요. 영국은 크리스마스 연휴가 한국으로 치자면 설연휴처럼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영국의 가장 큰 명절입니다. 공식 공휴일은 크리스마스 당일과 크리스마스 다음날, 그리고 1월 1일, 이렇게 딱 3일 뿐이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이 크리스마스 이브날에는 업무를 일찍 끝내는 편이고, 크리스마스부터 1월 1일 사이에 있는 3일간의 평일 동안 업무가 거의 중지되다시피 하기 때문에, 아예 문을 닫는 회사들도 제법 됩니다. 문을 닫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3일은 휴가를 써서 크리스마스 당일부터 1월 1일까지 긴 휴가를 가지는 편이지요. 1월 1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