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일기 4

일흔아홉의 시아버지는 신할배

공부하는 노년 나의 시아버지는 신할배시다. 틴틴과 결혼하기 전에도 틴틴의 얘기를 들어보면 아버님이 보통 분은 아니라는 느낌이 있었다. 데이트를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나와 데이트를 하던 당시 틴틴은 요즘 자기 아버지께서 일본어 공부에 열심이시라는 이야기를 했다. 자기도 일본어를 배우고 싶어서 책을 샀는데, 책만 사두고 공부를 안 하고 있는데 틴틴의 아버지께서는 열심히 하시는 거 같다고 했다. 아버님께서는 일본어 공부를 왜 하시는거냐 물으니, 그냥 외국어 배우고 싶어서 공부하시는 거라고 했다. 그 외에도 틴틴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했다. 아버지께서 뭔가 하면 굉장한 수준으로 하신다고. 자기보다 훨씬 꼼꼼하시다고. 또 자기가 보기에 아버지..

[영국날씨] 그리도 덥더니 이젠 이렇게 춥구나

영국아. 너의 정체는 도대체 뭐니? 어떻게 어제까지는 에어컨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하더니, 오늘은 이렇게나 추울 수 있니? 넌 어쩜 이리도 확확 변하니? 일년내내 큰 변화 없이 항상 춥고 축축하더니, 그래도 여름이라고 요며칠 해를 반짝 보여주더니, 어느새 다시 본 모습으로 돌아가는구나. 일년을 보면 큰 변화가 없는 듯하지만 하루에도 해가 났다, 비가 왔다, 또 해가 났다, 우박이 내리기도 하니, 변화가 없다는 말은 취소해야겠다. 오늘만 해도 어제 그리 더웠다 오늘은 이리 추우니 변화가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변화무쌍하구나. 영국아. 나는 니가 참 편하면서도 힘들어. 내 성인기의 절반 이상을 너와 함께 보냈으니, 이젠 니가 나의 고향인데도 나는 아직도 니가 낯설어. 특히 너의 이 변함없이 춥고 어둡고..

[영국일기] 코로나 시대, 우리가족 적응기

2020년은 바야흐로 코비드 시대.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뀌었다. 사실 올 해는 우리 가족에게 제법 특별한 해이다. 나는 연초에 둘째 아이를 출산했고, 여름에 마흔번째 생일을 맞았다. 어린이집에 가던 큰 아이는 동생이 생겼고, 코로나로 어린이집이 문을 닫으며 1 년간의 어린이집 생활을 청산했다. 둘째가 태어나면 그 한 해만이라도 재택근무를 하며 육아를 돕고 싶다고 바래온 남편 틴틴은 코로나로 인해 강제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현재까지 재택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24시간을 함께 한 지 7개월. 그리하여 오늘은 우리 가족의 코로나 시대 적응기에 대해 적어볼까 한다. 내가 겪은 인종차별코로나 초기, 영국의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혹시라도 내가 한국인이라서 이곳에서 인종차별을 ..

긴 침묵의 시간, 그리고 그 침묵을 깨기까지...

블로그에 근 한달여 시간동안 업데이트를 못 한 것은 아마 아이를 낳았던 출산 초기를 제외하고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9월 한달, 아이를 새 어린이집에 적응시키면서 나는 나대로 보고서 챕터를 작성하기로 한 일을 마감해야 했던지라 정신 없이 아이를 돌보면서 일을 하느라 바쁘게 보냈다. 9월 30일 데드라인을 맞추고 난 뒤 간만에 가졌던 휴식시간. 옥스퍼드로 가서 동생들과 맛난 점심을 먹고, 몇달째 미루고 있던 지인과도 점심을 먹었다. 빡빡했던 한달의 일정 탓인지, 나름의 번아웃을 겪은 시간 같았다. 힘들었던 몸은 쉬이 회복되지 않았고 (특히, 보고서 마감을 맞추느라 마지막 날은 밤을 꼬박 새었다), 몸이 힘드니 마음도 덩달아 힘들었다. 영국 날씨는 완연한 가을날씨로 접어들면서 10월 초에는 옥스퍼드지역에 홍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