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영국직장생활] 자녀 얘기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직장동료들

옥포동 몽실언니 2019. 4. 23. 00:00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오늘은 영국 직장을 다니는 저희 남편이 직장 동료들과 나누는 자녀 이야기, 또 직장동료들과 같고 있는 ‘애들 아빠 단톡 모임’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요즘 틴틴은 왓츠앱 (WhatsApp)이라는 외국에서 가장 많이들 쓰는 메신저 앱 (해외 '카톡’ㅋ) 에서 직장동료들과의 그룹채팅방에 속해 있어요.  이 모임은 틴틴이 항상 ‘애들아빠모임’이라 부르는 모임으로, 회사 내 일부 아이 아빠들끼리 모여있는 단체 채팅방이지요.  

회사내 애들 아빠들의 단체채팅방이라니!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참 영국 아빠들 가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저희 틴틴이 영국인이 아닌 것처럼 그 채팅방에도 중국, 남아공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있기는 한데, 오랫동안 영국에 살아온 사람들이라 영국 아빠들이라 부를만 합니다. 

이 채팅방의 멤버들은 ‘틴틴 옆팀 사람들’로, 틴틴의 책상 바로 옆쪽에 위치한 팀원들이 대부분이에요.  어쩌다보니 틴틴은 이 회사에 다닌지 3년이 넘도록 회사 내 카페테리아에서 같은팀 사람들과는 딱 한번 밖에 점심을 먹은 적이 없습니다.  늘 혼자 먹거나, 한두명 안면이 있는 이들과 합석하여 먹거나 하는 식이었죠.  그러다 최근 들어서는 옆팀 사람들과 많이 친해져서 옆팀 사람들이 밥을 먹을 때 항상 거기에 조인해서 함께 먹어요.  

이 옆팀 사람들은 모두 ‘아이 아빠’라는 점에 공통점이 있고, 그러다 보니 점심을 먹을 때마다 아이들 이야기, 아이들 고민을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특이하죠?  남자들끼리 점심을 먹으며 식사 내내 아이들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니 ㅋㅋ 저는 참 신선하더라구요!  모두 정말 가정적이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이들은 서로 아이들과 관련된 재미난 에피소드를 주고 받는데, 가령 이런 식입니다.  최근 틴틴은 이들에게 우리 잭의 ‘대성통곡 연기’에 대해 이야기해줬다고 해요.  자기 맘대로 안 되는 게 있으면 절을 하듯 바닥에 엎드린 후 땅을 마구 치면서 운다구요.  그런데 그때마다 자기 누울 자리를 먼저 확인해서 마련한 후 엎드린다고. ㅋㅋ 그랬더니 다들 그게 뭔지 너무 잘 안다며 많이들 웃었다고 해요.  

저희 잭보다 두살 많은 딸 아이를 키우는 남아공 출신의 메인키스는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집에서 가르쳐주지도 않고, 집에서 쓰지도 않는 말들을 할 때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더래요.  외출 준비를 하느라 아이에게 옷을 입히고 신발을 신기는데, 옷 입는 게 귀찮았던 아이가 입기 싫다고 반항을 마구 하다가 결국 아빠에게 잡혀 옷을 입게 되자 아빠에게 “I hate you!” 라고 했다는 거예요!! 항상 I love you, I love you 라는 말만 달고 살던 딸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아빠 싫어!!!” 라고 말을 해서 깜짝 놀랐다는!  아이 아빠인 메인키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출 준비를 시켜야 했기에 “That’s okay! (괜찮아!)” 라고 대꾸하며  아이 옷을 입혔다고 합니다. ㅋ

이런 이야기들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웃는 그들이 단체 채팅방에 모여 있는 이유는 주말마다 아이 아빠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서 함께 놀게 해주는 놀이모임을 하기 때문입니다. 

원래는 메인키스가 항상 토요일 오전마다 부인에게 자유시간을 주기 위해 혼자서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든 어디로든 외출을 했어요.  그러다 메인키스에게 다른 아빠들이 하나 둘씩 조인하기 시작하면서 네다섯명의 아빠들이 주말마다 아빙던의 놀이터에서 만나 아이들이 함께 놀게 해주고, 놀이 후 다같이 인근 커피숍으로 이동해서 커피숍에서 차 한잔 마시고 아이들에게 간식도 먹이고 헤어진다고 해요.  얼마전에 틴틴도 그 채팅방에 초대되었고, 잭이 조금만 더 커서 틴틴 혼자 데리고 외출하기가 좀 더 수월해지면 틴틴도 주말마다 그 모임에 나가서 저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좀 더 규칙적으로 가질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합니다. 

틴틴과 잭 우측에 딸과 함께 가고 있는 사람이 메인키스예요.  현재 모두 다같이 놀이터로 이동 중이지요. ^^

영국에서는 주말에는 대부분 주중에 육아로 고생한 부인에게 일정 부분 자유시간을 주려고 노력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주말 오전에 놀이터에 가면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나온 경우가 정말 많이 있거든요.  특히 토요일 오전에 동네에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도 아줌마들인 경우도 정말 많구요.  그렇게 아이와 아빠와 단 둘이서만 갖는 시간은 아이와 아빠간의 유대감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저희도 잭 몸도 좀 낫고, 틴틴도 건강과 체력을 조금만 더 회복하고, 날씨도 좀 더 풀려서 외출하기 좋은 날씨가 되면 주말마다 틴틴이 잭을 데리고 외출하는 시간을 좀 더 규칙적으로 가져보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어서 빨리 그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오늘도 제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 저는 다음에 또 틴틴의 직장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