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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생활] 코비드 19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대혼란!!

옥포동 몽실언니 2020. 3. 19. 07:30

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한국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신규환자 증가수가 감소하고 있는 반면, 영국은 지난주부터야 시작입니다.  난리가, 난리가, 이런 난리가 없습니다.  영국살이 10년이 넘도록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에요. 

영국의 총리 보리스 존슨이 지난주 목요일 각종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남편 회사는 그날 오후부터 모두들 재택근무를 준비하여 퇴근하도록 했어요.  그래서 금요일부터 전사원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어요.  오늘로 재택근무를 시작한지 4일째입니다. 

남편의 재택근무

남편 회사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하였는데, 모든 직원들이 집에서 일을 해야 하다 보니 회사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일 속도가 잘 나지 않는 모양입니다.  

남편이 재택을 하니 육아부담이 좀 줄지 않느냐구요?  노노~ 그다지요.  왜냐하면 근무시간은 근무시간이니까요.  오히려 남편이 집에서도 회사에서와 같이 생산성 높게 일을 해야 하는데, 근무환경이 회사만큼 좋지 않으니 괜히 신경이 쓰이기도 하구요.  대신, 아주 급할 때 - 가령 화장실이 너무 급한데 아이가 울고 있을 때 - 그럴 때는 남편에게 잠시나마 도움을 요청할 수 있으니 그건 좋아요.  그리고, 점심시간에 짧게라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말동무가 있는 것도 좋구요.  대신, 함께 집에 있다 보니 싸울 일도 늘어납니다.  어제 둘이 크게 한판 싸웠으나.. 이내 화해했어요. ^^;

영국의 코로나 관련 정책

남편 회사의 전사원 재택근무가 결정된 것은 총리의 코로나 관련 정책 발표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지난주 영국 총리의 발표 당시 언론이 떠들썩했습니다.  총리가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랑하는 가족들을 그들의 예정된 시간보다 더 빨리 잃게 될 수 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죠.  영국에서는 코로나를 막는 데에는 실패했고, 이제는 확산 속도를 늦추는 전략으로 간다며,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많은 사망자가 생길 거라고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리고, 국민의 60% 이상이 항체를 형성하여 면역이 생기도록 하는 전략으로 갈 거라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지난주 발표에서는 확진자 수와 별도로 약 1만명에서 1만5천명의 감염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는데, 이번주에 들면서 이 수치는 더 높아졌습니다.  약 3만5천에서 5만명의 감염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어요.  조금이라도 기침이 있거나 하면 7일간 자가격리를 하라고 하고, 70세 이상 노인들은 증상이 없더라도 12주 (!!!) 간 자가격리를 하라는 발표도 나왔습니다.  사람 많은 펍도 가지 말고, 레스토랑도 가지말고, 극장도 가지 말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런 발표와 함께 오늘부터 갤러리들도 문을 닫는다고 하네요.  

***

그랬던 영국이 바로 오늘 저녁, 바로 내일 모레인 금요일부터 당장 모든 학교들을 폐쇄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이에 따라 아이들 어린이집도 모두 문을 닫게 되었어요.  많은 부모들, 특히 맞벌이 부모들은 갑작스런 결정에 모두 아주 당황한 상태입니다. ㅠ 저희는 틴틴이 이미 재택근무 중인데, 잭이 집에 있으면 잭으로 인해 틴틴 재택근무가 상당히 영향을 받을 예정이라 저희도 걱정은 매한가지입니다. 

옥스퍼드 대학의 코로나 여파

옥스퍼드 대학에서도 지난 주말 확진자가 연달아 두명이 발생했습니다.  마침 학기가 끝나고 방학에 들어설 기간이라서 학교에서는 취소할 수 없는 이벤트 몇가지만 제외하고 그 외에 왠만한 이벤트들은 모두 취소되었어요.  또한, 단체 행사들을 하지 말아달라는 권고도 나온 상태구요. 

제가 있던 칼리지 (Wolfson College)에서는 칼리지 기숙사에 살고 있는 학생들 외에는 되도록 칼리지를 방문하지 말아달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칼리지에 살고 있는 학생들 또한 서로간에 최소 2미터 이상의 간격을 유지하도록 하라는 조언도 있었구요.  학생들이 밥은 먹어야 하니 식당은 운영하지만, 방에 들고 가서 먹을 수 있도록 테이크어웨이 용기를 충분히 준비해뒀다고, 음식을 받아가서 방에서 먹을 사람은 그렇게 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식당의 좌석을 재배치하여 모든 사람이 멀찌감치 떨어져서 밥을 먹도록 해 뒀다고 하네요.  칼리지 곳곳에 손세정제가 준비되어 있으니 수시로 손을 깨끗하게 하라는 이야기와 함께. 

칼리지의 수장인 President는 본인도 이제 사람들과 악수를 하지 않고, 꼭 필요한 미팅 외에는 미팅을 하지 않는다며, 모든 사람들이 이 같은 칼리지 정책을 준수하여 줄 것을 부탁하였습니다. 

휴지를 공수하라!!

현재 영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로 가장 핫한 아이템은 손세정제도 아니고, 마스크도 아닌, 바로 바로 화장실 휴지입니다.  해외뉴스를 보신 분들은 아마 알고 계실 거예요.  호주, 미국, 영국 등지에서 휴지를 둘러싼 싸움이 일어나고 있다구요.   마트들마다 화장실 휴지가 동난지 한참입니다.  

저희는 아이가 둘이나 있다 보니 항상 이런 물품들을 조금씩 여유있게 사두곤 했는데, 최근의 사재기 돌풍에 지금은 휴지가 필요한데 휴지를 구하지 못하는 이런 어이없는 상황에 부딪혔어요.  다행히 이번주까지는 사용할 수 있는 휴지가 있어서 문제가 없는데, 아마 며칠 안에 마트 개장시간에 맞춰 마트에 가서 휴지를 조금 사와야 할 것 같아요.  그러지 않고서는 휴지를 구하기가 아주 힘들어졌거든요.  그야말로 휴지가 금입니다! 

(사진출처: 영국 스카이뉴스)

먹통이 된 온라인 마트

저희는 애들이 어리다 보니 장을 항상 온라인으로 보고 있었는데, 이 온라인 쇼핑몰들이 먹통이 되었어요.  오프라인 슈퍼매장 없이 온라인으로만 물건을 판매하는 오카도 (Ocado)라는 업체가 있는데, 이 업체의 핸드폰 앱은 아예 폐쇄가 되었고, 웹사이트로 접속하는 것도 한번 접속되기 위해 몇시간의 대기시간이 있을 정도입니다.  서로 다른 여러 시간에 접속을 시도해봤는데, 새벽 3시경이 대기시간이 가장 짧더군요.  이럴 때는 밤중 수유로 인해 남들 자는 시간에 깨어 있는 게 도움이 됩니다.  

온라인 마트에 접속을 하더라도 어지간한 물건들은 모두 Out of stock 즉, 품절입니다. --;;;;  휴지, 간 고기 등 필수 항목들은 이제 할당량이 정해져서 그나마 구할 수 있게 되었는데, 휴지는 한팩 이상 살 수 없게 되어 있고, 간 고기도 한팩 이상 살 수 없게 되어 있더라구요. 

좀 전에 앞집 할머니가 집에 들어가시는 것을 목격하고 창문을 열어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장을 보러 마트에 갔으니 계란도 없고, 휴지도 없고, 해열제도 없어서 그것들을 하나도 못 사고 돌아오셨대요.  저희도 대량구매는 아직 하지 않았지만 휴지 여분이 있다고, 필요하면 말씀하시라고 했더니 할머니께서 키친타올 여분 있으니 그걸로 됐다고 하시네요. --;;; 네, 영국에서 이제 화장실 휴지가 없어서 사람들이 키친타올을 써야 하는 날이 왔습니다.  그게 2020년이라니요.. 믿어지시나요.

온라인마트들도 평상시에는 오늘 주문하면 빠르면 내일, 늦어도 모레는 받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오늘 주문하는 것도 힘들지만 주문에 어렵게 성공하더라도 가장 빠른 배송일이 적어도 일주일 후, 늦으면 열흘 후가 됩니다. --;;; 한국마트에 쌀을 사려고 보니 한국마트는 온라인 서버 다운으로 아예 온라인 주문을 받지 않는다고 해요.  그외 아시안 음식을 파는 중국슈퍼들을 인터넷으로 뒤졌는데, 왠만한 곳들은 모두 비슷한 상황이에요.  주문폭증으로 더이상 온라인 주문을 받지 않거나, 아니면 쌀이 아예 없거나. --;; 아마존에서도 그 흔하게 팔던 이탈리아산 스시쌀이 이제는 하나도 볼 수가 없어요. 

더욱 문제는 뭔지 아세요?  아이들 기저귀와 분유값이 모두 올랐고, 그 마저도 구하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지요. 

네, 바로 이런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곳이 21세기, 2020년의 영국입니다.  그야말로 시쳇말로 "헐!" 인 상황입니다. 

저는 밤중수유 덕분에 한밤중에 오카도에 배달 슬롯을 몇개 확보해뒀어요.  그런데, 낮 시간에 주문수정이 어렵고, 이제는 낮시간에 접속 자체도 워낙 어려워진 탓에 지금까지 주문해 둔 것들만 수령하고 나면 이후에는 마트 문 여는 시간에 남편을 보내서 장을 봐야 하지 않나 싶어요. 

이제는 사람들의 사재기 현상이 panic buying이 아니라 합리적 소비처럼 보입니다.  영국의 정책이 이렇다 보니 (왠만하면 자가격리, 증세심하지 않으면 홈케어를 통한 자생적 치료 ㅠㅠ) 각 개인들이 준비를 하지 않을래야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이런 panic buying에 동참하지 않고 되도록이면 필요한 물품을 그때 그때 사서 쓰고 싶은데, 주위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때에 구할 수가 없어서 미리 미리 준비를 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그야말로 딜레마입니다. 

이웃들과의 단톡방

며칠전 이런 상황에 대비하여 옆집 여자가 단톡방을 열었습니다.  외국에서 많이 쓰는 왓츠앱이라는 앱을 통해 같은 골목에 사는 이웃들이 한명 두명 초대되었지요. 

일단 모두들 안전하게 잘 있는지 이야기 나누고, 누군가에게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서로가 무엇을 해 줄 수 있을지 이야기를 주고 받았지요. 

그리고 그 단톡방은 오늘 제 역할을 시작했어요.  오늘 앞집 할머니가 휴지, 계란, 해열제를 사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우리도 휴지 여분이 별로 없어서 (저희도 휴지를 못 구했어요 ㅠㅠ) 2개 정도밖에 드릴 수가 없다고, 혹시 다른 이들 휴지 여분 있으면 할머니께 전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메세지를 남겼어요.  그랬더니 할머니 옆집에 사는 제니퍼가 할머니에게 계란 6개를 가져다드리고, 저희 옆옆집에 사는 베스는 할머니에게 휴지 4개를 더 갖다드렸다고 하는 훈훈한 이야기.  그리고 제니퍼의 옆옆집에 사는 니콜 아주머니는 사람드리 텃밭에 휴지를 파종(?ㅋ) 하는 짤방을 보내주셨어요. ^^;;;

*****

오늘 저녁 갑작스레 발표된 학교 휴교 소식에 모두들 당황한 분위기인데, 재미있는 게 이 영국인들이 겉으로는 참 고요합니다.  속으로는 엄청 동요하고 있을텐데 티를 내지 않아요.  티가 나는 곳이라면 텅텅 비어있는 마트 선반입니다.  

이제는 휴지 같은 생필품 뿐만 아니라 신선제품 코너들도 모두 텅텅 비었어요.  온나라가 대혼동에 빠졌습니다.  앞으로 몇일, 아니 몇주, 그리고 최소 몇달은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 하는데..  과연.. 상황이 어떻게 펼쳐질지.. 심히 걱정됩니다.  ㅠㅠ 

(사진출처: 영국 데일리메일 신문)

저희 둘째는 이번주 금요일에 생후 8주차 첫 예방접종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모든 사람이 병원을 방문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요.  모든 진료를 전화진료로 변경하였고, 당일 전화를 통해 병원을 반드시 내원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만 병원으로 오도록 한다고 해요.  저희 아이도 예방접종일인 금요일이 되면 간호사가 직접 전화를 해 줄 것이고, 저희 집 상황에 따라 병원을 방문해도 될지 안 될지 알려준다고 하네요.  모든 것이 불확실한, 아주 긴장되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틴틴의 재택근무 중에 아이 둘을 저 혼자 낮시간동안 돌보아야 하는 상황이 지속될텐데.. 저희는 잘 해낼 수 있을까요?  남편의 회사도 재택근무 환경으로 직원들의 생산성이 평소같지 않고 (서버에 과부하가 걸리다 보니 작업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하네요 ㅠ), 회사 매출도 떨어질 수밖에 없을텐데.. 일자리에 영향을 받지 않고 월급이나마 꼬박꼬박 받을 수 있을지..  그것도 걱정입니다. 

아이 어린이집은 금요일부터 닫아서 아이를 보낼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4월 원비는 당연하고 어느 정도의 원비는 납부하라고 할 것 같은데.. 저희는 저희대로 고생하면서 돈은 돈대로 나가게 생겼으니 이것 참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앞으로 이 코로나 사태.. 이웃들과 함께 어떻게 이겨나가게 될지 계속해서 블로그에 업데이트 해볼게요.  모두들 건강하세요!!! 그리고 저희의 건강도 빌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