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몽실언니입니다.
요즘 둘째 뚱이를 보노라면, 이 작은 녀석이 너무 이쁘고 귀엽고 가끔은 가엾고 그러면서도 기특하기 그지 없습니다.
잭과 나이 차이가 25개월 밖에 나지 않는데도 저희는 잭의 어린 시절을 그새 다 잊어버렸나봐요. 둘째의 어린 모습 하나 하나가 모두 다 너무 새롭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이번은 두번째라고, 첫째때에 비해 뭐든지 조금 더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첫째 때는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아이의 이쁨을 충분히 알지 못했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해 보는 육아, 한 생명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 그리고 절대 쉽지 않았던 아이의 기질, 거기에 부모의 약한 체력까지 더해지면서 하루 하루를 버티기에 급급했던 것 같아요. 아이는 “안아줘야 하는 대상”이라고만 생각했고 (안 안아주면 우니까 ㅠ), 저희 잭은 워낙 우량아였다 보니 안아주는 게 너무 무겁고 힘든 일처럼 느껴졌어요. 안았을 때의 포근함과 따뜻함은 좋지만 그 느낌도 잠시. 아이의 무게가 제 어깨를 짓누르고 그 무게로 허리와 골반, 발바닥까지 전해질 때, 아이와 함께 하는 기쁨보다는 육아의 고됨이 저를 압도했던 것 같습니다.
사진: 캠브릿지 J의 아들이 입던 옷을 물려입은 뚱이 ^^
그러다 둘째가 태어나니 왜 주변에서 "아이 어릴 때는 한 때"라며 어릴 때 많이 안아주라고 했는지, 아이를 안아줄 수 있을 때 많이 안아주라고 했는지 이제야 그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커도 저희 품에 안겨있기 보다는 세상을 탐험하려고 이곳 저곳 누비기에 바쁠 것이기 때문이죠.
첫째 잭만 해도 이제는 저희 품에 안겨 있는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아이의 품을 느끼고 싶어도 그건 아이가 잠들었을 때 아이 몰래 느껴볼 수 있을 뿐, 아이가 깨어있는 동안은 어디 부딪혀서 다치거나 하지 않는 한 저희 품에 절대 안겨있으려 하지 않아요. (외출 중에 잠이 너무 올 때는 안기려고는 하지만 그럴 때는 온갖 떼를 쓰며 안기기 때문에 아이를 안는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ㅠ)
둘째 뚱이도 저희 잭 못지 않은 우량아라 무게가 제법 나가요. 3.03kg로 태어났던 저희 꼬물이 뚱이는 3개월이 좀 지나자 8킬로를 찍더니 3개월 24일인 지금은 어느새 8.9킬로를 기록하였습니다. 아마 4개월이 되면 9킬로를 능가할 것 같아요. 우량아 유전자가 있는지.. 애기들이 어쩜 다들 이리 큰 지.
이렇게 똑같이 무거운 아이들이지만, 잭 때는 아이를 안아줘야 하는 것이 의무처럼 느껴져서 힘들었던 반면 지금은 아이를 안을 수 있는 것이 기쁨입니다. 일단은, 똑같이 무거워도 뚱이가 잭에 비해 훨씬 목을 잘 가눠서 아이를 안아주는 게 조금 더 수월합니다.
(사진: 잭 때는 엄두도 못 냈던 아기띠에 아기 매고 외출하기. 사실 차로 이동한 후 산책 중에만 아기띠 @ Wittenham Clumps)
그리고, 뚱이는 절대적으로 안아주는 시간 자체가 짧다 보니 아이를 안아주는 게 더 기쁘게 느껴져요. 잭 때문에 뚱이를 편히 안아줄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거든요. 잭 돌보랴, 식사 준비하랴, 애들 기저귀 번갈아가며 갈랴.. 그러다 보면 뚱이는 어쩔 수 없이 깨어있는 시간 중에 상당 시간을 바운서에 앉아있거나, 바닥에 누워서 모빌을 보거나 제 주변을 왔다 갔다 하는 형아를 바라보고 있거나 하는 게 대부분이에요. 그러다 혼자 있기 싫어서 울거나 졸려서 보채기 시작하면 그 때에서야 부모의 품에 안길 수 있어요.
잭은 조금만 칭얼거려도 안아주고, 그게 아니더라도 수유시간 자체가 워낙 길어 거의 내내 제 품에 안긴 채 시간을 보냈었는데, 그에 비하면 뚱이는 정말 독립적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기특하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게 저희가 그걸 인지하게 되는 순간이지요.
아이가 무겁다 보니 아이를 안아줄 때 저는 늘 아기띠 (백효정 요술아기띠) 를 이용해서 아이를 안거나 등에 업어주는데요. 처음에는 혹시라도 그걸 잭이 질투하면 어쩔까 걱정을 좀 했어요. 초반에는 제가 뚱이를 안고 있으면 잭이 아이를 바운서에 내리거나 바닥에 눕히라고 할 때가 종종 있었는데, 요즘은 잭이 뚱이와의 동거에 익숙해졌는지, 아님 자기가 충분한 관심을 받기 때문에 그 정도는 허용해줄 수 있는 것인지, 아기를 내리라고 할 때가 거의 없어요. 오히려 며칠 전 제가 잭을 아기띠로 업어서 낮잠을 재웠더니 아기띠나 포대기 이야기만 꺼내도 질색팔색을 합니다. 자는 게 싫은데 자기를 재워버릴까봐 겁나기 때문이죠. ㅋ
사진: 며칠 전 15.8킬로의 잭을 등에 업고 재운 날
그렇게 저희는 요즘 둘째 뚱이를 안을 수 있는 기쁨을 마음껏..까지는 아니지만 제법 누리고 있어요. 아이의 부드러운 살결과 몰랑거리는 몸을 저희 몸에 딱 붙여 아이의 심장박동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시간. 새로운 생명의 신비와 감사함을 느끼는 시간. 건강하게 잘 자라는 아이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시간. 짧지만 소중한 시간입니다.
***
와.. 이번 주말, 저는 글을 두개나 올리는 데 성공했어요!! 뿌듯한 주말입니다. 다음 소식을 다음 주말 전에 올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보며.. 오늘도 모두들 고생많으셨어요. 힘찬 한주 맞이하시기 바랄게요!! 또 놀러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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