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 5

[한국정착기] 한국에 가서 아이가 놀란 것

큰 도로 영국 소도시에 왠만한 도로는 모두 편도 1차로로 이루어진 곳에 살던 저희 잭은 한국에 도착하여 인천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던 중 넓은 도로를 보고는 저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여기 고속도로야?" 저희 아이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을 좋아해요. 다양한 종류의 차들을 구경할 수 있고, 탁 트인 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는 것이 좋은 가보더라구요. 고속도로는 좋아하지만 차 안에서 30-40분 이상은 견디기 힘들어하는 탓에 저희는 아이를 데리고 멀리 여행가 본 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랬던 저희에게 지난 겨울의 한국행은 굉장한 여행이었지요. 장시간 비행도 비행이지만, 공항에 내려서도 몇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었던 할머니댁까지 가야했기 때문입니다. "엄마, 여기 고속도로 같은데?" 아이는 그 넓은 도로가,..

남편의 한국생활 한달, 우리 부부의 대화.

남편이 한국에 온지 한달이 조금 지났다. 한달하고 3일. 사실 그 중 2주는 자가격리를 하며 재택근무를 하느라 자기 방 안에 갇혀 (?) 지냈지만, 그래도 한국의 햇살을 맞고, 한국 온돌집의 따스함을 느끼며 지낸 시간이니 그 시간도 한국 생활을 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오늘 아침,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집 근처 파리바게트로 산책을 갔다. 걸어서 10분 거리. 영하 4도. 춥지만 따스한 햇살이 있는 아침. 둘이 손을 잡고 걷노라니 그 잠시간의 시간이 참 평화로웠다. "몽실, 난 너랑 있어서 너무 행복해.""난... 그렇게 행복하지 않나봐. 누구랑 있어도 행복하기 힘든 성격인 것 같아.""그게 무슨 소리야? 난 너랑 있어서 너무 행복한데...!!""우리 아버지 성격 봤지? 내가 아버지 성격을 제일 많..

한국생활 한달, 그간 내가 느낀 것들...

공인인증서와 휴대폰 본인인증의 무한 루프 한국에서는 조금이라도 “공적”인 성격이 들어간 일을 처리하려면 공인인증서가 있어야 하는데, 공인인증서가 만료되거나 정확한 개인정보로 내 정보를 수정하려고 하면 휴대폰으로 본인인증이 되어야 한다. 휴대폰으로 본인인증을 하지 못하면 정확한 개인정보로의 수정도 불가능하고, 최신의 공인인증서를 통해 공공업무를 볼 수도 없다. 휴대폰으로 동일업무를 진행하려고 해도 PC에 있는 공인인증서를 핸드폰으로 옮겨와서 그 공인인증서를 통해서만 일을 진행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도 본인명의의 휴대폰이 필요하다. 가령, 아이 영유아검진을 받기 위해서는 병원에 가기 전에 온라인 상으로 문진표를 작성해야 하는데, 그것을 위해서도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다. 어린이집 비용을 결제하기 위해서도 ..

영국생활 13년 후 한국 정착기: 한국의 좋은 점

우리는 이번에 한국에 오랫동안 머물다 갈 계획이다. 사실 한국에 머물면 머물수록 겁이 난다. 한국에 계속 살고 싶기 때문이다. 가끔씩 짧은 일정으로 한국을 올 때는 느끼지 못했던 기분이다. 특히 아이가 없을 때는 더더욱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다. 외롭고 재미없기는 해도 영국에서의 삶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영국의 시스템이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이미 그 시스템에 적응해있는 우리에게는 영국 생활이 주는 익숙함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생기고, 아이들과 함께 한국을 와보니 마음이 달라진다. 미세먼지에, 층간소음로 인한 어려움은 있지만, 인근에 가족들도 있고, 주변환경도 친숙하다. 10년 넘게 영국에 살며 한국을 떠나있었지만, 내가 나고 자란 곳이 주는 편안함이 이렇게 강력한 것일줄 몰랐다. 내 나라가 주는 ..

[한국일기] 2년 만의 한국 방문

약 2년만에 한국에 왔다. 원래 빠르면 여름쯤, 늦으면 올 겨울 한국을 한번 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코로나19 사태가 터져버렸다. 그 바람에 모든 상황이 좀 안정되면 한국을 가기로 하고 한국에 대한 마음은 비운 상태였다. 그러다 이런 저런 상황으로 한국을 서둘러 가기로 결정하면서 11월 중순으로 비행기 표를 예약해뒀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런 잉글랜드 지역의 락다운 (봉쇄령) 발표. 해외여행이 금지된다는 소식에, 봉쇄령이 실시되기 바로 전날 떠나는 비행기로 변경하여 급하게 짐을 싸서 한국으로 왔다. 락다운 발표가 10월 31일 토요일 오후였고, 아이들을 재우며 잠들었던 나는 11월 1일 새벽에야 해외여행 금지 소식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 날 바로 대한항공으로 전화를 걸어 비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