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일기 9

과거에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된 경우

이건 뭐랄까.. 데자뷔는 아니고.. 어릴 때 어떤 이야기를 들으며 저 상황이 내 미래 상황이 되는 건 아닐까 생각했던 일이 실제 내 일이 된 것들이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내가 결혼을 늦게 하는 일. 대학 시절, 이성에 대한 관심이 매우 얕았던터라 나는 결혼을 아주 늦게 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대학원을 진학하며 나의 그 두려움은 현실에 가까워졌고, 내 미래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는 확신을 갖게 되긴 했다. 사실 결혼을 늦게 하는 게 요즘같은 때에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20대 초반이던 시절에 여자가, 그것도 내가 마흔이 다 되어서 결혼할 거라는 생각은 그리 일반적이거나 사회적으로 각광받는 생각은 아니었었다. 게다가 나는 두 살, 네 살 많은 두 언니가 모두 2..

[엄마일기] 애들이 우는 것도 모두 다 한 때다.

다음 주 화요일 데드라인으로 인해 이번주는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다. 마음은 바쁜데, 아직 둘째가 자다가 자주 울고 깨다 보니 몸이 피곤하고 늘 졸린 상태라 실제로 일의 효율은 별로 좋지가 않다. 영국에 대한 자료를 정리 중에 있는데, 와.. 뭐가 이렇게 복잡한가. 세상이 원래 복잡하다고는 하지만, 한국어로도 잘 모르는 영역을, 한국에서도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잘 모르는 영역을 영어로 자료를 찾고 그걸 이해하고 소화하려니 정말 어렵다. 그 와중에 자료는 뭐가 이리도 많고, 데이터도 뭐가 이리 많으며, 예쁜 차트와 그래프는 어떻게 또 이리 많은지. 영국 정부가 하는 것들을 보면 마음에 안 드는 정책이 정말 많지만, 정부 웹사이트나 여러 공공기관 웹사이트에서 각종 복잡하고 난해한 정보를 쉽고 직관적으로 전달하..

아이가 아플 때 깨닫게 되는 나의 부모님의 사랑

육아는 힘들다. 그 중에서도 육아가 가장 힘들 때는 단연 아이가 아플 때이다. 육아의 고됨의 80%는 아이가 아플 때 그로 인한 여파가 차지하는 것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아이가 아프면 아이가 많이 보채고, 잘 먹지도 않는다. 그러니 늘 배도 좀 고프고, 자기 몸도 힘드니 더 칭얼거린다. 더 많이 안기려하고, 조금만 수가 맞지 않아도 짜증을 낸다. 아직 말도 잘 못하니 아이는 소리만 내지르고 울음이 잦아진다. 아이가 아프면 부모는 잠을 설친다. 어른도 감기에 걸리면 잘 때 유독 기침이 많이 나듯,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밤새 기침을 하고, 기침이 힘들면 자다가도 울어재낀다. 아픈 아이 때문에 밤잠 설치는 날이 하루 이틀 계속되면 부모도 체력이 고갈된다. 고갈된 체력으로 아픈 아이들을 돌보자면..

엄마의 고민, 그러나 뭣이 중헌디!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인가, 늘 같은 고민이 돌고 돈다. 나는 언제까지 일을 쉴 것인가? 아니 지금도 일을 완전히 쉬고 있는 것은 아니고 뭐라도 해 보려고 발버둥은 치는 중인데 언제까지 지금처럼 비정기적이고, 단발성의 일을, 파트도 아닌 쿼터타임 잡처럼 할 것인가, 라는 말로 고쳐쓰는 게 맞을 것 같다. 어쨌거나, 언제까지 나는 풀타임잡을 거부할 수 있는가 하는 고민. 그러면서 동시에 내가 이 어린 나이의 아이들을 시설에 맡기고 내 일을 하는 게 과연 옳은 선택인가 하는 고민. 이 고민은 첫째 잭이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며 틱 현상을 보이며 극에 치달았다. 지금은 내가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아이들을 일정 시간은 시설에 맡기는 게 내 정신 건강, 육체 건강, 우리 부부 사이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

육아의 마법: 5%의 행복이 95%의 힘듦을 덮어버린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 처음에는 이 두통이 안경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큰 애 때문에 안경이 삐뚤어질 때가 한 두번이 아닌데, 오늘 오후에도 큰 애가 내 얼굴로 덥쳐오며 안경이 삐뚤어졌고, 그러고 얼마 후부터 두통이 올라와서 안경 초점이 맞지 않아 머리가 아픈 줄 알았다.그래서 애들 모두 잠든 후 방에 올라와 안경을 다른 걸로 바꿔썼다. 기대와는 달리, 온전한 안경으로 바꿔썼는데도 두통이 가라앉질 않는다. 생각해보니 잠이 부족했을 때 나에게 왔던 그 두통과 같은 두통 같다. 그런데도 나는 잠을 자지 않고 이렇게 오늘의 기록을 남긴다. 그 이유는 애독하는 김민식pd님의 블로그에서 본 도서 리뷰 중에서 글을 씀으로써 글 쓴대로 살아진다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기록함으로써 나의 하루를 완성하고자 하는 욕구 때..

[엄마일기] 욕심쟁이 엄마라 미안합니다

7월 중순부터 현재까지, 약 두 달여간 저는 올해 들어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없는 시간을 쪼개어 내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이전에 블로그에서 일을 하느라 바쁘다는 언급을 하며, 이제 9월 13일이 데드라인인 일을 끝으로 그 어떤 데드라인 있는 일도 없을 예정이라 말씀드린 바 있지요. 그런데...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했나요. 옛말은 틀린 말이 없습니다. 그런 말을 적기 무섭게 저는 또 일을 만들고야 말았습니다. 그 일을 제안하신 분의 말씀에는 '급하게 할 필요는 없고 10월 초 중순까지만 마무리하면 되는 일'입니다.어린 아이들이 없어도 저에게 갑작스레 주어지는 한달 남짓에 마감해야 하는 일은 급하게 해야 하는 일인데, 뭐든 바쁘게 돌아가는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한달 이상의 시간..

[영국유학] 박사를 한 것이 후회되었던 날..

사진: 옥스퍼드대학 학위수여식 후 식장 밖에 바글바글 모여있는 학위수여식 참가자들 이번 여름, 드디어 미루고 미룬 졸업식을 치렀다. 3년전에 논문 심사를 마치고, 간단한 최종 수정 후 심사 후 석달 뒤 논문이 정식으로 통과되었으며 학위과정이 모두 끝났다는 공식 편지를 받으며 나의 학교 과정은 모두 끝이 났다. 학교마다 규정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영국에서는 학위 과정이 끝난 후 정해진 떄에 학위식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편리한 때에 학위식을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들이 많다. 옥스퍼드는 연중 여러번에 걸쳐 졸업식이 이루어지는데, 졸업생은 그 중 하루를 정해 졸업식에 참석할 수 있다. 그리고, 학위과정이 끝난 해가 아니더라도 몇년 후에라도 언제든 본인이 원할 때 학위식에 참석할 수도 있다. 학위식 참석을..

[엄마의 단상] 나만의 시간이 너무나 소중한 나, 비정상인가요?

오늘은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는 마지막 날이다. 그리고 친정부모님이 한국으로 돌아가신지 사흘째 되는 날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며칠 전부터 아이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밤마다 울고 깨고를 반복하다 보니 부모님 가셨는지 어떤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최근 들어서는 아이가 어린이집 가기를 너무너무 싫어해서 아이를 보낼 때마다 곤욕이었다. 한번은 아이를 데려다 주는데 함께 가셨던 아버지께서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시더니, “애를 보내고 돌아와 집에 이렇게 있으니 애한테 너무 미안하네. 이렇게 있어도 괜찮은 걸까?” “그럼 어떻게 해요. 그래도 보내야죠. 저도 일을 해야 하는데.” 여기까지만 하면 될 건데, 나는 나도 마음이 아렸던지라 괜히 아버지께 뾰족한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럼 애 보니지 말고 ..

[육아일기] 자책하지 않으려 하는데도 자꾸만 자책하게 되는..

올 1월말부터 아이가 몇달째 감기를 달고 살고 있다. 이제 20개월을 앞두고 있는 우리 아이. 이 연령의 아이들은 대개들 이렇게 감기를 달고 산다고 주변에서들 많이 이야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정말 그런지, 이게 혹시 내가 뭘 잘못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 것인지 자꾸만 자책을 하게 된다. 이달 내내 우리 아이가 콧물을 흘리지 않고 있던 때는 딱 하루. 약 3일전이던가. 콧물 없이 깨끗한 아이 코를 보면서 이제야 감기에서 벗어나나 싶어서 한시름 놓기가 무섭게 다음 날부터 콧물이 다시 시작되었고, 그로부터 이틀 후인 어제는 아이가 아파서 하루종일 울고 불고 떼를 쓰며 작은 악동으로 변신했다. 아이가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것도 아니고, 내가 아이가 아프도록 무언가를 한 것도 아닌데, 아픈 아이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