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의 화려했던 하프텀 이후, 장렬히 전사하다...

2주간 빡센 방학기간을 보냈다. 하루 하루 매일이 신나는 방학이었다. 아이들에게는.그리고.. 그 결과?엄마는 장렬히 전사했다...는 표현이 떠오를 만큼 열흘 넘도록 컨디션이 정말 안 좋았다. 기운이 하나도 없고, 걷는 것조차 힘들어서 아이들 등교시킨 후 남편과 산책해서 돌아오는 길에도 몇 번을 멈춰서 쉬어야했다. 낮동안 딱히 하는 것 없이 시간을 흘러보냈고, 그런다고 몸이 나아지지도 않았다. 내가 침대에 누워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우리 잭이 도대체 엄마는 몇 시간을 잠자는 거냐고 하소연했다. 엄마는 낮잠을 여섯시간씩 자는 게 말이 되냐고. 얼른 일어나서 같이 놀자고 보챘다. 아이들은 세상에서 낮잠 자는 걸 제일 싫어하는데, 자기들에게는 그토록 귀한 놀이시간인 낮시간에 엄마는 잠에서 깨어나..

[가족활동] Paultons Park - 페파피그 월드, 생애 첫 놀이동산으로 강추

2025.10.30 - [영국 초등학교 생활] - 10월 하프텀: 2주차 활동 기록2주간의 하프텀 방학 여정의 대미는 아이들과 함께 1박 2일로 놀이동산을 가는 것이었다. 올해 5월 말, 여름학기 하프텀 방학에 우리 아이들과 2박 3일을 함께 보낸 세아 엄마가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폴튼스 파크 (Paultons Park) 에 가면 정말 잘 놀 것 같다고, 우리 가족이 꼭 놀러가야 할 곳으로 그곳을 추천했다. 세아 엄마가 워낙 강하게 추천하길래 올 여름 방학에 한번 가볼까 하고 몇 번을 검색했다. 그런데, 이번 여름 방학 중에는 차 사고에 차 수리까지 정신없이 시간이 흐렀다. 막판에는 내 컨디션마저 저조해서 어디 멀리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아 결국 포기. 우리 가족이 여름에 폴튼스 파크를 다녀오지 못한 ..

여행 2025.11.05 1

10월 하프텀: 2주차 활동 기록

10월 하프텀 1주 차는 아무 계획 없이 비워두는 게 계획이었고, 그때그때 상황이 되는대로 계획해서 움직였다.그런 계획을 세우게 된 연유는 일단 아이들도 나도 피곤하고 힘들었기 때문에 최대한 편안하게 스케줄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또, 매일 비 예보가 있어서 실제 날씨가 어떨지 몰라 뭘 계획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날씨 변화에 따라서 일정을 유연하게 조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대망의 2주차는 계획이 있었다.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동네 수영장에서 수영집중코스를 가기로 등록해 뒀다. 오전 10시 50분에 시작해서 11시 30분에 끝나는 수업이다. 집에서 밥 먹고 좀 놀다 수영을 다녀오면 오전 시간이 모두 지난다. 수영장에서 씻고 돌아오니 저녁에 따로 씻길 필요도 없어서 일도 하나 줄어든다. 10월 말의 ..

병을 키우게 되는 영국 병원 시스템: 가래에 피가 나왔다.

감기에 걸려 몸이 좋지 않은지는 꽤 됐다.친구와 주고 받은 메세지를 보니 10월 6일에도 이미 몸이 좋지 않았고, 그 때 친구와 메세지를 주고 받으며 10월에 내가 하기로 한 일을 13일이 되도록 몸이 아파서 시작도 못했다고 메세지를 남긴 기록이 있다. 컨디션이 계속 저조하다가 기침이 시작됐고, 편도도 부었다가, 코도 막혔다. 힘들긴 해도 일상생활을 아예 못할 만큼은 아니었기 때문에 꾸역꾸역 내 할 일을 이어갔다. 기침은 점점 심해져서 지난 주들서는 밤사이 내 기침 소리에 틴틴도 잠을 설쳤다. 토요일에 폭풍 낮잠을 몰아쳐자고 나서 몸이 좀 회복된건지 기침이 잦아들었다. 그래서 일요일에 원래 약속대로 친구네에도 갈 수 있었다. 몸이 좀 낫나 했는데, 오늘 아침에도 일어나자마자 진한 가래가 나왔다. 아침마다..

가족 일상 2025.10.29 0

10월 하프텀: 1주차 활동 기록

하프텀 방학을 열심히 보내고 있다. 정말 ‘열심히‘ 보내고 있다. 하프텀 전부터 몸이 안 좋았지만 ’엄마는 아플 시간도 없다’고들 하던 말을 떠올리며 어떻게든 몸을 쓰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다. 첫 주 주말 10월 18일 토요일: 아이들 한국학교날씨: 기억 안 남. 아이들 한국학교 간 날. 9월 4일 토요일부터 한주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녔다. 이 날을 끝으로 한국학교도 2주 방학이다.우리 부부는 그간 쌓인 피로감 때문인지 별 것 아닌 일에 투닥거리를 하며 작게 다퉜다. 하지만 이내 화해했다. 10월 19일 일요일: 베이킹과 교회날씨: 부슬부슬 비교회를 다녀왔다. 가든에 떨어진 사과들을 모아서 애플크럼블을 만들어갔다. 오랜만에 아이들도 베이킹을 함께 하겠다고 해서 아이들과 함께 크럼블을 만들었..

[영국 초등학교] 영국의 방학: 하프텀 방학이란?

영국 학교는 9월에 새 학년을 시작한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1년은 3개의 학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학기를 영국에서는 'term'이라고 부른다. 한국이나 미국처럼 1년에 2학기제로 운영되는 학기는 영어로 'semester'라고 한다. 한국어로는 똑같이 '학기'로 번역되지만, 영어 단어는 엄연히 다르다.영국에서는 새 학년 새 학기를 9월에 시작하는 가을 학기로 시작한다. 두번째 학기는 1월에 시작하는 봄 학기 (1월이 봄이라니?!). 세번째 학기이자 마지막 학기는 4월에 시작하는 여름학기이다.가을학기 (신학년 신학기): 9월-12월봄학기: 1월-4월여름학기: 4월-7월각 학기에는 중간에 1-2주씩 방학이 있다. 이렇게 학기 중간에 있는 방학을 'Half Term Break'라고 한다. 그 앞뒤로 나뉜 ..

기후변화가 가져다 준 선물: 가든의 사과 풍년

기후변화는 위기이다. 그런 위기가 가져다 준 선물이라니. 제목을 쓰면서도 이게 적절한가 셀프 검열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이걸 그럼 달리 뭐라고 표현할까. 영국 더위 변천사기후변화로 영국의 여름이 계속해서 더워지고 있다. 내가 영국에서 보낸 첫 여름은 2008년이었다. 그 여름을 거치고 난 결론지었다. 영국에는 여름이 없다고. 반팔 티셔츠 차림으로 다닌 날이 여름 중 이틀밖에 안 되는 것 같은데, 그런 날씨를 두고 어찌 여름이라고 부르겠냐고 생각했다. 그리고 2009년. 그 때는 좀 더 더웠으려나. 한 차례 여름을 겪어본터라 여름이 더울 거라는 기대는 사라졌고, 여름에도 항상 외투를 들고 다니는 생활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가을이 되기 전 한국으로 필드웤을 떠났다. 그렇게 여름이 여름답지 않던 영국이 이제..

가족 일상 2025.10.23 0

[셀프 인테리어] 클레이 페인트 도장 전 필러 작업 준비하기

현재 우리 부부는 생애 첫 셀프 페인트칠을 준비 중에 있다. 화학 냄새에 민감한 내 신체적 조건으로 인해 우리는 냄새가 나지 않는 페인트라고 하는 클레이 페인트를 바를 생각이다. 브랜드는 영국 브랜드라고 하는 Earthborn으로 골랐다. 클레이 페인트를 바르려고 보니, 사전 작업에 필요한 필러도, 프라이머도 모두 클레이 전용 제품을 써야 한단다. 클레이 전용 필러는 Casein Filler라고 한다. 그래서 필러와 함께 내가 생각하는 색상의 페인트 샘플들도 세 개 주문했다. 주문을 하다가 알게 된 사실이 카세인 필러는 경화(curing - 단단하게 굳어져가는 과정을 말한다)되는데 4주 가량 소요된다는 것이다. 그럼 필러를 바르고 4주나 있다가 페인트 칠을 할 수 있다면... 어찌저찌하다보면 페인트칠은 ..

생활정보 2025.10.18 0

컨디션 난조

올 초부터 계속 몸이 좋지 않다. 요즘 열심히 블로그 글을 쓰고 있며 내 일상을 회복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데 실은 8월 중순부터 계속 골골하며 힘들었고, 어제는 그게 또 한번 치솟았다. 요즘 몸이 안 좋은 상태가 너무 자주 오고, 길게 가고, 시원하게 회복이 안 된다. 이 정도 힘들다고 누워있지 말고, 오히려 움직이며 몸을 사용하자고 생각했건만, 그게 묘책은 아니었나보다. 어제는 이부프로펜을 먹고 잤고, 오늘은 아침에 아이들 학교 가는 모습조차 보지 못했다.웃긴 건, 아침에 잭이 침대로 날 찾아온 거 같긴 한데, '엄마 지금 아파서...'어쩌고 하고 말을 한 거 같고, 그 이후부터 아이들이 등교할 때까지 아이들 중 누구도 내 침대로 날 찾아오지 않았다. 마치 엄마가 집에 없다고 생각하기라도 한듯이...

일기 2025.10.17 2

[Year 1] 첫 교사-부모 면담

둘째의 1학년 첫 학부모 면담10월 14일 화요일 오후 3시 40분. 둘째 뚱이의 1학년 선생님과 첫 면담을 했다. 이 학교에서는 9월에 학기를 시작해서 매 첫 하프텀 중에 첫번째 부모-교사 면담을 한다. 각 가정에 주어진 시간은 10분. 오프라인으로 학교에 가서 선생님을 직접 만나서 할 수도 있고, 코로나19 시기 이후부터는 온라인 면담도 가능해졌다.우리는 첫째 잭이 Reception Year 였을 때는 온라인 미팅으로만 진행됐기 때문에 모든 가정이 온라인으로 면담을 했다. 이후 오프라인 미팅을 재개하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중 부모가 선택하다록 했다. 방과 후 시간에 진행되는 미팅이다 보니 아이들 둘을 돌봐야 하는 입장이라 우리는 온라인으로만 미팅에 참석했다. 그리고, 작년에 처음으로 첫째, 둘째 선생님..

[셀프 인테리어] 1. 시간이 멈춘 집

반 세기 동안 시간이 멈춘 집지금 집으로 이사 온 지 3년이 지났다. 이 집은 아주 오래된 집이라 페인트도, 카펫도, 부엌도 모두 오래된 예전 것들이다. 70-80년대에 시간이 멈춰있는 집.우리는 이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부터 항상 페인트만이라도 다시 칠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벼르고 벼르던 페인트 작업을 이사 온 지 3년이 넘은 이제야 드디어 해보려고 한다. 소위 말하는 셀프 인테리어. 처음으로 도전하게 될 공간은 거실. 오래된 페인트 벽에 새 페인트를 발라볼까 한다. 47년간, 한 부부의 여생을 함께 한 집이전에 사시던 분들은 우리 부부와 같이 아들을 둘 가진 부부였고, 자녀들이 10대 후반이 되었을 때 자신들의 노후를 보낼 집으로 이 집으로 이사를 들어왔다고 했다. 그리고, 47년이라는 ..

가족 일상 2025.10.16 0

IT 신입사원 채용 면접관 경험: 여자를 우선으로 뽑을 것

새 직장에서 직원채용 면접에 참여하기 시작하다 개발자인 틴틴이 현재 직장으로 옮긴 것은 작년 여름. 7월 중순에 오퍼를 받고 8월 말에 새 직장에서 일을 시작했으니, 이제 겨우 1년 조금 넘은 시간이 흘렀다. 새 직장에 몸 담은 후 틴틴이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회사 건물 내에 gym(헬스장)이 있어서 회사 가는 날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과 새로운 직원을 채용할 때 틴틴이 인터뷰어로 참여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면접관으로 참여한다는 것의 의미 IT직장에서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고 나면 새로운 직원을 뽑을 때 면접관으로 참여하게 된다는 것은 회사에서 혹은 팀 내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기술력과 전문성 및 신뢰를 보여주는 잣대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IT 개발자들은 이직이 빈번하다보..

육아 고민: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머릿속 한구석을 항상 차지하고 있는 고민. 어떻게 살 것인가? 늘 갖고 있던 실존적 질문들이 아이들의 엄마가 되고 나서는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하는 질문으로 옮겨가는 것 같다. 사랑해서 결혼하고, 아이도 갖고 낳긴 했는데, 그 이후부터는 생각지도 못했던 삶이 펼쳐졌다. 매 순간이 희비가 가득하면서 동시에 고민과 갈등의 연속이다. 아이가 어릴 땐 어릴 때대로 아이들 먹이는 일, 재우는 일, 놀리는 일이 고민이더니, 이제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되고 나니 고민들이 한층 깊어진다. 아이들 티비 시청 시간은 얼만큼이 적절한지, 게임시간은 어느정도로 조절해야 할지, 방과 후 할동을 어느정도 할지, 아이들에게 공부를 얼만큼 강요할지, 아이들의 자율성을 어디까지 존중할지. 난 아이들을 어떤 사..

오늘의 칭찬 일기: 몸 움직이기, 화이트보드 주문, 아이들 일정 기록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매일 시간이 그냥 흘러간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 있는 여섯 시간이 그렇게 짧게 느껴질 수가 없다. 세상에서 가장 짧게 느껴지는 시간이 애들이 학교에 가 있는 시간 같다. 막상 아이들을 다시 만나면 반갑고, 그리웠고, 이쁘고, 기쁘다. 그러나 그 기쁨도 아이들이 방과 후 집에 돌아와서 둘이 부딪히고 싸우며 우는 소리가 나면 그 기쁨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는 마법이 일어난다.곧 아이들을 데리러 나가기 전에 급하게 남겨보는 오늘의 성취 세 가지. 1. 몸 자주 움직이기: 남편이 내 방에 올 때마다 기꺼이 일어나서 산책과 휴식을 취했다.2. 화이트보드 주문: 아이들의 주요 일정을 기록하고, 준비물이나 행사를 기록할 화이트보드 A4 사이즈 두 개 주문. 3. 아이들 주간 일정 출력: 지난주..

가족 일상 2025.10.14 1

초등학교 학부모로 살아남기 위한 전략 수립

부모에게 요구되는 역할이 너무 많은 요즘어느덧 아이들이 자라서 각각 초등학교 1학년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우리 아이들. 본격적으로 내가 초등학생 학부모가 되었는데, 요즘 들어 느끼는 가장 큰 부담이 학교에서 부모에게 요구하고 기대하는 역할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나도 안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은. 그렇지만, 나도 어쩔 수 없이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고 적으며 계산해보니 어느덧 그 시절이 40여년 전의 이야기이다. 그래, 산천이 변해도 여러번 변했을 시간. 1987년, 집 밖에 나가면 체류탄 냄새를 맡곤 하고, 2학년이 되었을 때 88올림픽이 열리며 안방에 모여앉아 텔레비전으로 올림픽 방송을 보았던 그 시절. 너무 예전이라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하며 현재, 그것도 영국에서의 초등..

[영국 초등학교 생활] 1학년 적응기: 틱이 생겼다.

2020년 1월생인 우리 둘째 뚱이가 9월부터 1학년을 시작했다. 아이는 늘 즐겁게 학교를 갔고, 우리는 아이가 학교 생활을 즐겁게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날, 학기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이가 눈을 아주 자주 깜빡이는 것을 발견했다. 눈에서 시작한 틱은 코를 킁킁거리는 것으로 이내 확산됐고, 며칠 전부터는 어깨까지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처음 눈 틱을 발견하다처음에는 아이가 눈을 자꾸만 비비고 눈을 껌뻑거려서 눈에 감염이 발생했거나 눈이 아픈 줄 알았다. 아이 눈을 살펴봐도 뚜렷한 감염의 증상이 없고, 열이 나거나 다른 증상도 없어서 며칠 지나면 나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얼마 후 아이의 눈깜빡임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 하교 후 놀이터에서 신나게 노는 중에 아이 눈이 유..

[영국 초등학교] 학사일정, 등하교 시간, 등하교 형태

내가 생각하기에 한국과 비교해서 영국 초등학교가 가지는 특징 중 가장 큰 특징이라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 학년의 등하교 시간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정확히 동일하지는 않지만,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1학년이나 6학년이나 큰 차이가 없다. 학교 안에서 자유로운 놀이를 하는 시간과 학업에 집중하는 시간만 차이가 날 뿐, 등하교 시간은 요일과 학년에 관계없이 모두 8시 30분이나 9시에 학교를 시작해서 3시에서 3시 반 사이에 하교를 한다. 한국처럼 어느날은 4교시, 어느날은 5교시, 어느날은 6교시, 이렇게 차이나지 않고, 모든 학년이 비슷한 시간에 학교를 시작해서 비슷한 시간에 학교를 마친다. 학기의 시작: 3월 vs 9월영국은 매년 9월 초 새학년이 시작된다.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6주에 걸친 긴..

그간 글을 쓰지 못했던 속사정

블로그 글을 쓰지 못한지 반년이 넘은 것 같습니다. 지금 동네로 이사오고 나서는 글을 거의 쓰지 못했죠. 아이들을 키우며 이런 저런 일로 정신없고 바쁜 것도 있었지만, 다른 이유들도 있었습니다. 제 마음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글을 잘 쓸 수 없는 상황이 되다 보니 블로그에 글을 쓸 수가 없었어요.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온 지 이제 만 3년이 되었어요. 그 사이, 첫째 잭은 학교 Reception 을 시작하고 선생님으로부터 각종 우려가 되는 피드백을 받으며 아이 일로 힘들었고, 새로운 동네, 새로운 집에서 두살 반 된 둘째 뚱이를 어느 기관에도 보내지 않고 오롯이 가정보육을 하며 이 상황들을 헤쳐나가야 했죠. 그 사이 남편은 매니저와 잘 맞지 않아 회사 내에서 팀을 한번 바꿨고, ..

가족 일상 2025.09.26 11

[ADHD 일기] 엄마, ADHD는 뭐의 약자야?

어제, 그러니까 6월 22일 일요일 오전이었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서 주말 2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게임&게임방송 이용권을 다 써버리고 더 이상 할 게 없다고 지루해하던 때. 엄마도 엄마 보고 싶은 티비 한번 좀 보자~ 엄마도 너희들처럼 티비 좀 보겠노라 하고 티비 채널을 돌렸다. 요즘은 티비를 인터넷으로 보다 보니 현재 방송국에서 송출해주는 방송 중에 골라봐야 했던 우리 어린시절과 달리 채널 선택권이 다양해졌다. 그 중 나는 무조건 건전하고 안전한 컨텐츠만 들어있는 BBC iPlayer로 들어갔고, 내가 전에 핸드폰으로 보다가 중단한 다큐멘터리, "Inside Our Mind: ADHD"가 상단에 떴다. 큰 애가 이 방송에 혹시라도 관심을 보일까, 혹은 이걸 매개로 같이 이야기를 ..

이사온 지 3년,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

5월 21일 아침 8시 31분. 학교 가는 길. 이날은 틴틴과 잭이 앞서서 가고, 나와 뚱이가 뒤따라 가고 있었다. 손을 맞잡고 가는 틴틴과 잭의 키 차이가 언제 저렇게 줄었나 놀라워서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을 얼른 꺼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5월 22일 목요일 오늘. 예전 사진을 뒤졌다. 지금 집에 이사와서 아이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첫 학기. 2022년 11월 10일에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3년 전 가을에는 아이 키가 틴틴의 팔꿈치까지 밖에 닿지 않았는데, 지금은 팔꿈치를 훌쩍 넘어 윗팔의 가운데쯤까지 키가 자랐다. 아이가 입고 있는 파란색 학교 외투가 2022년 가을 입학 때 산 것인데, 저렇게 컸던 옷이 지금되어야 딱 맞는 옷이 되었다. 잭과 아빠의 과거 키차이 사진을 찾다 보니 그..

가족 일상 2025.05.22 6

5월, 영국이 가장 예쁜 계절이 왔다.

영국은 5월이 정말 예쁘다. 부활절이 지나고 꽃이 활짝 피는 시기. 부활절 즈음해서 사과나무에 사과꽃이 만발했다가, 사과 꽃들이 지나고서부터 가든에 있는 다른 꽃들이 열심히 꽃망울에서 꽃을 틔웠다. 아빙던에서 우리 집으로 이사오고 나서 힘든 일들이 많았다. 그 힘든 시간을 버티는 데에 지금 집의 넓은 가든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 가든이 없었더라면 그 힘든 시간들이 얼마나 더 힘들었을지 상상할 수가 없다. 탁 트인 가든 공간, 봄이면 예쁜 꽃과 나무 덕분에 항상 다람쥐와 새들의 놀이터가 되고, 봄과 여름이면 나이와 벌들이 날아드는 곳. 영국에 살면서 힘든 점이 많지만, 그래도 영국 우리 집에 이런 공간을 두고 살 수 있다는 것 덕분에 영국의 힘든 삶이 버틸만 하다. 지난주 반짝 날씨가 좋더니..

가족 일상 2025.05.17 1

처음으로 아이들이 엄마 손톱을 잘라줬다

보통은 주말에 아이들 손톱을 잘라주는데, 요즘들어 주말에 아이들 손톱 자르는 걸 자주 까먹는다. 아이들이 티비를 볼 때 옆에 가서 손톱을 잘라주곤 했는데, 요즘은 애들이 티비를 잘 보지 않아서 그럴 기회가 자주 없었다. 게다가 둘째 뚱이는 손톱이 조금이라도 자라는 족족 물어뜯는 바람에 손톱을 잘라주려고 봐도 잘라줄 게 없을 때가 많았다. 저녁을 먹고 정리를 하다 보니 첫째 잭의 손톱이 자라있는 게 눈에 띄었다. 이번 주말에도 손톱 자르는 걸 깜빡했다는 걸 그제서야 깨닫고 손톱깎이를 꺼내왔다. 이제 잭도 제법 자랐으니 손톱을 직접 깎는게 어떤지 아이 의사를 물어봤다. 가위질을 포함해서 손으로 도구 쓰는 걸 좋아하는 아이라서 직접 깎겠냐고 물으면 하겠다고 할 것 같았다.아니나 다를까, 아이가 손톱깎이를..

가족 일상 2025.05.16 1

어머니 날과 아버지 날을 따로 기리는 영국 (feat. 아이들의 손카드)

영국에서 크리스마스 연휴를 지나 해가 밝으면 부활절 연휴가 기다리고, 부활절 연휴를 지나면 여름 휴가들을 가진 후, 그때부터는 다시 크리스마스 휴가를 기다리며 사는 게 영국의 생활이다. 크리스마스나 부활절 같은 특별한 날들을 즈음해서는 항상 학교에서 아이들이 카드를 만들어오고, 관련되는 재밌는 활동도 많이 한다. 아이들도 학교 가는 게 즐겁고, 부모들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만들어오는 것들로 즐거움이 많은 시기이다. 영국에서는 한국의 설이나 추석처럼 긴 연휴를 가지는 기간이 4월에 있는 부활절이다. 크리스마스도 물론 크리스마스 당일과 그 다음날까지 공휴일로 지정하여 이틀을 연속해서 쉬지만, 부활절은 부활절 주일 이전의 금요일부터 부활절 다음 월요일까지 주말을 껴서 총 4일간 연휴를 가진다. 한국에서 5월이..

가족 일상 2025.05.13 14

[만5세 육아] 놀이터에서 만난 까만 옷 입은 형아

지난주 토요일 (5월 3일) 아이 눈검사 후 Z네와 함께 리치몬드 파크 놀이터에 갔다. 놀이터에서 몇 시간을 놀았다. 이젠 슬슬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 신나게 모래놀이를 하던 뚱이에게 다가가서 집에 가자고 말을 건넸다.뚱아, 우리 이제 집에 가자. 주차장 쪽에 가서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먹자. 주위를 둘러보더니, 까만 옷 입은 형아 어딨어?누구? 까만 옷?뭐 말 해야 돼. 까만 옷 입은 형아 찾아줘. 형아가 뭐 도와줬어. 뭐 말해야 돼. 무슨 일이길래.. 조금 둘러보니 아이가 놀던 곳 근처에 검정색 티셔츠를 입은 덩치 큰 아이가 하나 있었다. 이 형아야?맞아. 나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서 말을 건넸다.안녕, 네가 이 아이 뭘 만드는 데 도와줬어?네 맞아요. 그랬구나, 정말 고마워. 뚱이가 네가 도와..

이사온 지 3년만에 나무를 다듬었다

영국에서는 5월 첫 월요일이 공휴일이다. 주말부터 월요일까지 공휴일이니 3일 연휴인 셈이다. 긴 연휴 기간 중 토요일에는 둘째 뚱이는 안경점에 안경을 찾으러 갔다가 리치몬드 파크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돌아오고, 첫째 잭은 반 친구와 집 뒷편 공원에서 한 시간 축구를 하고 집에 와서 둘이 게임을 즐겼다. 동생의 방해 없이 친구하고만 게임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졸라대는 통에 형제의 스케줄을 그렇게 분리했다. 그리고 일요일. 드디어 우리는 미루고 미뤘던 나무 자르기에 도전했다. 집 뒷쪽 경계 부분에 나무들이 있는데, 마치 우리집과 뒷집 가든 사이를 병풍처럼 가리고 있는 나무들이었다. 이사 오자마다 뒷집 할아버지가 이 나무들이 키가 커서 자기 가든의 그린하우스에 계속 그늘이 진다며, 짐 정리하고 여..

가족 일상 2025.05.07 5

만 5세 둘째가 안경을 끼기 시작했다.

둘째가 안경을 끼기 시작했다. 5월 3일 토요일, 나와 둘이 안경점에 가서 안경을 찾아왔다.학교에서 아이가 화면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 게 2월이었던 것 같은데, 미적거리다가 눈 검사를 몇 달이 지나서야 예약해서 2주전에 드디어 검사를 했다. 혹시나 하고 해 본 검사였는데, 실제로 눈이 나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일단 안경을 끼면서 눈 교정을 해보고, 3개월 이후에 다시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그 때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눈 병원으로 전원의뢰를 해준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도 아이도 놀랐다. 일단 안경을 맞춰야하는데, 마침 마인크라프트 영화가 나오면서 마인크라프트 안경테들이 전시돼있었다. 마인크라프트 안경이 딱 4종류가 있었는데, 콧받침이 있는 안경은 그 중 딱 하나였다. 나머지 안경..

[엄마일기] 오랫만에 맞이하는 새벽 - 돈 안 받고 일하는 엄마의 속사정

예전부터 나는 새벽을 참 좋아했다.  블로그를 켜고 시계를 훌쩍 보니 오랫만에 내가 새벽에 깨어있다는 것을 알았다.다만 차이가 있다면, 예전에 좋아했던 새벽은 일찍 일어난 새벽이었으나, 지금 깨어 있는 새벽은 잠 못 이룬 새벽이라는 점이다. 일을 했다.  밀린 일을 했다. 그러느라 잠 못 자고 새벽을 맞았다.  새벽 2시 37분.  태풍이 온다더니, 창 밖의 바람소리가 내 마음마저 심란하게 하고 있다.아이를 낳고 나름대로 열심히 이 일, 저 일, 기회가 닿는대로 일을 하며 지냈다.그렇게 내가 해 온 일들은 사실 8할이 돈이 지급되지 않는 일들이었다.  자발적으로 하는 일들이었고, 내가 좋아서 하는 일들이었다.  내가 느끼는 기쁨과 보람을 위한 일들을 하느라 집안살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늘 마음에 ..

가족 일상 2024.12.07 7

[만 4세] 둘째 뚱이의 모자 패션

우리 둘째는 자기만의 패션철학이 있다.그것은 바로...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겹겹이 쓰는 것을 좋아한다. 작년 겨울에는 장갑을 꼭 그렇게 각 손마다 두겹을 꼈다. 그러니까 한 손에 장갑 한켤레씩을 다 끼는 것이다. 여름이 되자 모자를 세 개씩 썼다. 형아 잭은 제발 모자 쓰라고 사정해야 겨우 쓰는 모자를 둘째는 하나 쓰고, 그 위에 쓰고, 또 쓰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첫째 잭은 해가 너무 강한 날 얼굴에 썬로션 바르는 걸 피하려고 모자를 겨우 쓰는 편인데 말이다. 위 사진에 모자가 두 겹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가만히 잘 살펴 보면 줄무늬 모자 두 대 아래에 남색 창모자가 씌워져 있다. 바로 아래 사진에서 앞으로 썼다 옆으로 썼다 한 저 모자가.. (자주 빨아서 그런건지.. 모자 상태가 영.. 안 좋아서..

가족 일상 2024.11.30 21

[Reception Year] 둘째의 만 4세에서 5세 손글씨 발전사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를 와서 첫 1년간 엄마와 함께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작년 가을에 드디어 형아가 다니는 학교의 어린이집(널서리)을 다니기 시작한 둘째 뚱이. 우리 뚱이는 어린이집을 시작할 때도 자기 이름을 쓸 줄 몰랐다. 집에서 아이에게 연필을 쥐어주며 이름 쓰기를 가르칠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어린이집에 가면 배울 것이고, 결국 언제가 됐든 자기 이름은 쓸 줄 알게 될 것이므로 내가 집에서 붙잡고 가르쳐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작년 9월, 학교 어린이집을 시작하고 매일 매일 엄마가 싸주는 도시락을 갖고 열심히 어린이집을 다니던 뚱이. 두번째 학기가 되었을 때였나.  해마다 한번씩 하는 선생님과 부모님 면담 시간이 다가왔고, 그 때 처음으로 선생님과 줌으로 온라인..

담임 선생님을 만나고, 이어서 아이 진단명이 확정되었습니다.

첫째 잭의 담임 선생님을 면담하러 가던 날, 요동치는 제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몇 달간 쉬었던 글을 드디어 재개하며 굳센 다짐들을 적어두었습니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아이의 현재 학교 생활과 선생님이 관찰하시는 모습들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았고, 그리고 난 다음날.. 바로 어제였죠.  드디어 12개월간 대기자명단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아과 전문의와 전화 면담이 이루어졌습니다.전화면담 약속은 90분짜리 약속이었어요.  약속 시간만 들어도 부담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의사 선생님과 90분에 걸친, 그러니까 1시간 하고도 30분에 걸친 시간 동안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일은 흔치가 않잖아요.  한국의 의료시스템에서는 더더욱 드문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