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한 날.. 잭이 나 때문에 울었다...

오늘은 좀 속상한 날입니다. 우리 큰 아이 잭이 저 때문에 울었거든요.  요며칠 아이에게 제가 제 화를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여서 야단치는 일이 여러번 있었어요. 오늘도 그랬습니다.잘못을 했으니 야단을 치는 거지만, 전 그 야단이 꼭 고성을 동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늘 제 감정(=화)을 억누르고, 이성의 끈을 잡고, 아이에게 뭐가 잘못이고, 왜 그렇게 하면 안 되는지 이야기하고, 같은 잘못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아이의 다짐을 받으며 아이를 나무랐는데, 요 며칠은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잘 안 되더라구요. 정말 오랫만에 올리는 글이 이렇게 우울한 글입니다. ㅠㅠ왜 그랬을까.. 이유야 찾으려면 많습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피곤하고, 자기도 자기의 화가 잘 주체가 되지 않을 겁니다.  ADHD..

[영국이민생활] 아이 초등학교에서 부모 봉사자 되기

드디어 아이 학교에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아이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려고 처음으로 마음 먹었던 것은 작년이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봉사를 시작하기까지 근 일 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네요.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는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이 많았고, 그 관문 앞에서 작년에는 제 풀에 꺾여 포기하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올해 2월 중순에 다시 한번 큰 맘 먹고 학교에 봉사활동을 하겠노라 문을 두드렸고, "부모 봉사자 (Parent Volunteer)"가 되기 위한 긴 과정을 거친 후 4월 29일 월요일 오늘 드디어 첫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내 시간을 들여서 돈도 받지 않고 학교를 돕겠다고 나섰지만, 학교로 들어가는 과정은 만만치가 않았어요.  그게 제가 작년에 결국..

[영국이민생활] 일년 내내 비추는 따사로운 햇볕, 한국에는 있지만 영국에 없는 것!

오늘은 영국 이민 생활 중에서도 영국 날씨와 이민 가정의 삶의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영국에서 살고 있는 저희 아이들은 한국으로 치자면 전원생활을 하는 아이들이나 다름 없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도 도심을 벗어나서 아이들에게 마당이 있는 주택 생활을 해주게 하려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밖에서 노는 걸 보면 저렇게 마음껏 놀 수 있다는 것 그 하나만큼은 참 마음에 듭니다. 영국에서는 전원생활이 한국보다는 좀 더 저렴하고 쉬운 편이에요.  영국에서는 대도시나 농어촌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집들이 가든이 있는 주택이고, 플랫(아파트)이 밀집한 도심이라 하더라도 그 밀집도가 한국의 아파트 촌과 비할 바가 아닐 뿐만 아니라, 도심에도 어디든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는 물론..

가족 일상 2024.04.24 1

[영국 초1 이야기] ADHD여도, 자폐여도, "괜찮아, 사랑이야"

안녕하세요.  참 오랫만에 글을 올립니다. 블로그에 글을 다시 쓸 수 있기까지 몇 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희는 잘 지내고 있었어요.  겨울동안 폭풍이 휘몰아치는 것 같은 시간을 보냈고, 그 시간이 새해 초까지 이어졌어요.  복잡했던 생각과 마음들이 정리되면서 우리 가족의 삶은 전과 같으면서도 또 새로운 한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제목에서 짐작하시다시피 지난 겨울 저와 틴틴 저희 부부의 화두는 ADHD와 자폐였어요.  자폐를 영어로 줄여서 ASD(오티즘 스펙트럼 장애)라고도 하죠.  최근에는 이 모든 것들을 포괄해서 Neurodiversity라고도 부릅니다.  신경발달이 '다른' 것일 뿐, 잘못된 게 아니라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같아요. 어쨌거나, 저희 가족의 화두가 ADHD와 자폐였던 ..

영국의 의료 서비스: 병원-약국-학교가 협력하는 과정(feat. 항생제 장기복용 부작용으로 인한 구강 칸디다증 치료)

바로 저희 첫째의 이야기입니다. 아이가 항생제 장기 복용 부작용으로 구강내 칸디다균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약을 사고 치료를 해나가는 과정을 적어볼까 합니다. 이 글을 읽어보시면 전국민에 대한 의료가 국가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과 약국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한편으로는 답답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유기적으로 잘 작동하는 시스템이기도 합니다. 저희 첫째 잭이 요도염으로 5일간 항생제를 복용하던 중에 아이가 수두에 걸렸고, 수두가 며칠 진행되면서 매일 고열과 기침이 동반되어 걱정하던 중 병원에서 아이를 응급실로 보내 소아과 전문의 선생님께 진료를 받은 후 페니실린 계열 항상제를 다시 5일치 처방받게되었어요. 소아과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저희 잭이 수두를 앓고 ..

육아일기 in 2023 2023.12.18 10

두 아들의 수두와 병마로 3주간의 시간이 사라졌다

도대체 몇 달 만에 아이들이 자는 밤늦은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보는지 모르겠다. 부모님이 계시던 여름 이후로 아마 오늘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아이들이 다시 학교 생활에 적응하고, 나도 새롭게 시작하게 된 일을 틈틈이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2주간의 가을 방학을 맞았다. 그리고 그 방학이 끝나자 마자... 둘째 뚱이가 수두에 걸렸다. 듣기로는 방학 기간 중에 수두를 앓은 어린이집 원생이 있었다고 했다. 우리 뚱이가 옮은 모양이었다. 작년, 잭 반에서도 수두에 걸린 아이가 있었고, 그 때 우리 잭과 뚱이의 몸에도 몇 개의 발진 같은 게 빨갛게 올라와서 우리는 그 때 우리 아이들이 가볍게 수두를 앓고 지나간 줄로만 알았다. 뚱이를 데리고 약국에 가서 약사에게 몸을 보였을 때, 수두 같..

육아일기 in 2023 2023.12.05 4

[독서일기] 아서 프랭크의 "아픈 몸을 살다" (feat. 나의 아팠던 시절..)

요즘 제가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네, 제가 책을 읽고 있어요!!!! 한동안 책을 끊었던(?) 제가 요즘 다시 책을 손에 집었습니다. 한권을 다 읽는데까지는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아이들이 티비를 볼 때 저는 식탁 테이블에 앉아 한 챕터라도 책을 읽으려고 노력 중이에요. 바로 아래 그림에 있는 이 책을요. 아서 프랭크 라는 분이 쓰신 "아픈 몸을 살다" 라고, 2017년에 처음으로 한국에 번역이 되어 2020년에 초판 7쇄를 찍었으니, 아마 지금도 계속해서 읽히고 있는 책 같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심장마비와 암을 겪으며 자신의 질병 경험에 대해 기술하며, 질병 (illness) 이 사회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개인의 삶과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자세하게 기술한..

육아일기 in 2023 2023.11.15 10

[세살 둘째 이야기] 엄마랑 뽀뽀를 해야되는데 뽀뽀를 안 했어!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 2주간에 걸쳐 아이들 중간방학이다. 다른 학교들은 대부분 1주일간 방학을 갖는데, 우리 학교만 이 가을 중간 방학이 2주나 된다. 최근 들어 일을 시작하면서 방학 동안 아이들을 온전히 내가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으로 아이들을 '할리데이 클럽(Holiday Clubs)'이라 부르는 방학 중 돌봄에 보내기로 했다.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 하교 시간이 빠르다 보니 오후 내내 학원 뺑뺑이를 돌려야 해서 그때부터 사교육비가 든다고 부모들이 푸념을 하는데, 영국에서는 학교 정규 과정이 시작하는 만 4세때부터 하교 시간은 오후 3시라 하교는 늦지만 이후에 방과후 돌봄 비용이 매우 비싸다. 방학 중 돌봄 비용도 비싸다. 프로그램에 따라 아침 9시에서 오후 3시까..

육아일기 in 2023 2023.11.02 6

Life goes on... (feat. 남편의 소음)

아이들은 학교를 갔고, 남편은 이번 주 이틀(월요일과 화요일)을 사무실에 출근했다가 오늘(수요일)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남편이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은 아침부터 나 혼자서 아이 둘 아침밥을 준비해서 먹이고, 둘째 도시락을 싸고, 두 아이 양치를 시키고, 교복을 입혀서 학교까지 걸어서 아이들을 데려다주는 일이 버겁게 느껴진다. 시간이 지나며 나름의 기술이 생기면서 어느정도 익숙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힘이 들긴 하다. 대신 낮 동안은 고요가 찾아온다. 첫째를 낳은 후 조용한 집에 몇시간씩 혼자 있어본 일이 없었으니 거의 6년만에 조용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다. 집에 혼자 있어본 적이 없다가 혼자 있는 시간이 6년만에 찾아왔을 때.. 처음에는 이상했다. 집이 너무 조용해서 무서운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그..

일기 2023.10.18 2

3세, 5세 두 형제의 사랑스러운 대화와 상호작용

저희 아이들이 아직 3세, 5세이긴 하지만 석달만 있으면 잭이 드디어 6세가 되고, 그리고 한달만 더 지나 내년 1월이 되면 둘째 뚱이가 만 4세가 됩니다. 애들이 그새 좀 자랐다고, 둘이 놀거나 싸울 때 그 모습이 좀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어요. 둘째 뚱이는 잭에게 참 좋은 상대예요. 저 어린 나이에 두 살 터울이면 그게 제법 큰 차이인데, 둘째 뚱이는 말도 빠르고 계산도 빨라서인지 잭의 놀이 상대가 잘 되어 주는 편이에요. 오히려 형아 잭을 놀라게 하거나, 웃음을 터뜨리게 할 때도 많어요. 동생이라고 그저 만만하게만 볼 수 없는 상태. 동생이지만 가끔 자신을 놀라게 하는 상대, 그게 바로 뚱이죠. 뚱이에게는 형이 참 멋져요. 자기가 가지지 못한 능력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거든..

육아일기 in 2023 2023.09.29 5

우리 아이가 특수교육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다...

이것도 이미 시간이 좀 지난 일입니다. 7월 어느 날.. 제가 한국 청자들에게 줌 세미나로 발표를 하나 하게 됐어요. 이전에 연구했던 결과물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자리였어요. 주제는 영국의 장애아동 통합돌봄 정책에 대한 소개를 하는 것이었고, 제가 정책 관련 발표를 하고, 제 발표에 덧붙여 영국에서 실제로 장애가 있는 자녀를 양육하고 계신 어머니께서 본인의 경험을 공유해주시고, 또 영국내 특수학교에서 재직 중인 한국인 교사께서 특수학교에서의 학생들 생활에 대해 발표해주시는 자리였지요. 연구가 끝난 건 이미 1년도 넘은지라 다시 발표를 하기 위해 제 연구보고서를 다시 들춰보고, 여러 청자들을 모시고 하는 발표였던지라 발표 목적에 맞게 추가적인 자료도 좀 더 찾아보며 발표 준비를 하던 중에 깜짝 ..

육아일기 in 2023 2023.09.29 2

2023년 7월 3일 아이 학교 소풍에 다녀오다

아이 학교에서 가는 소풍에 함게 다녀왔다. 아이 반은 정원 30명에, 담임교사 1인과 보조교사 1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풍을 가는 날에 parent helper라고 부르는 엄마 도우미를 모집한다는 이메일이 왔고, 나는 곧장 답장을 보내서 나도 helper로 참여하고 싶다고 답장을 했다. 부모 도우미 신청을 해두고 선생님의 답변이 올 때까지 사흘쯤 기다린 것 같은데, 이 때의 기다림이 은근히 떨려서 마치 어딘가 직장 채용공고에 지원하고 기다리는 취준생 마음이 이런 마음일까 싶기까지 했다. 며칠 후 선생님의 답장이 왔다. 부모 도우미로 신청해줘서 고맙고, 관련한 자세한 사항을 추후 연락줄 거라고 했다. 이 때부터 내 목표는 7월 3일이 되기 전까지 최대한 발이 많이 낫도록 하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발이 잘..

육아일기 in 2023 2023.09.23 19

2023년 5월 발가락 부상

2023년 5월 1일. 발가락 부상으로 시작한 5월. 5월 첫째 월요일은 영국의 공휴일이다. 주말 내내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지치고 힘들었던 시간을 보내던 중. 남편이 이렇게 집에 있을 바에 가든센터라도 다녀오자고 제안했고, 날이 조금 서 있는 남편의 눈치를 보며 아이들을 하나씩 외출준비를 시키면서 급하게 복도를 걸어나서다가 콱!!! 복도에 설치된 라디에이터에 발을 부딪혔는데.. 아아악.... 아파도 너무 아팠다. 그자리에 주저앉아 내 발가락을 꽉 움쳐잡았다. 너무 아파... 한참을 눈도 뜨지 못하고 발을 붙잡고 있다가 어찌된 일인지 살펴보려고 발가락을 살피는데... 발가락 모양이 좀 이상했다. 왼발의 발가락들은 오랫동안 신발 속에서 생활하며 발가락이 눌린 탓인지 전체적으로 엄지 발가락을..

가족 일상 2023.09.19 18

엄마가 늙으면 예쁜 할머니가 될 거래요.

지난주였던가.. 아이와 놀이터에 간 어느 날이었어요. 올 겨울 12월이면 만으로 여섯살이 되는 우리 첫째 잭이 그네를 타다가 저에게 물었어요. "엄마, 잭이 나중에 어른 되면 엄마, 할머니 될거야?" 요즘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며 아이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떤 건지 좀 알게 되고 있나봐요. "응, 그렇지~" 그러자, 아이가 하는 말. "예쁜 할머니?" "(놀라고 감동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어머, 엄마 할머니 되면 예쁜 할머니가 될 거 같아?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지만, 나는 아이가 말한 "예쁜 할머니"가 될 거라는 표현에 매우 놀라고도 감동받았어요. 저희 엄마 눈에는 제가 너무 멋을 안 부리고 다녀서 마음에 들지 않아 하시는데, 정작 제 아들의 눈에는 이..

육아일기 in 2023 2023.08.30 12

아이가 자랄수록 육아일기가 조심스러워졌어요.

이게 제 블로그가 요즘 조용했던 이유 중 하나예요. 아이가 자랄수록 아이를 키우면서 일어나는 일들과 그런 일들에 대한 제 생각을 많은 분들에게 공개되는 블로그라는 지면에 쓰는 것이 얼마나 적절한 일인지 고민이 됐거든요. 저희가 작년 여름 한국분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 인근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그 부분이 좀 더 조심스러워졌어요. 저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해도 제 블로그로 잭과 뚱이의 사진으로 우리 아이들을 알아보는 분들이 있있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혹시 우리 아이에 대해, 아니면 우리 아이의 학교에 대해, 혹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해 괜한 선입견이나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들었거든요. 특히, 아이가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

육아일기 in 2023 2023.08.30 8

잠 자는 게 안 좋다는 첫째 아이, 자는 게 싫은 이유

저희 첫째 잭은 어려서부터 잠 자는 걸 정말 정말 싫어했어요. 또래에 비해 늘 낮잠이 적은 편이었고, 밤잠 재우기도 늘 힘든 일 중에 하나였어요. 아이 재우는 일이 큰 고충이었는데, 얼마전 잘 시간이 됐다고 다같이 침대에 누웠는데 첫째가 그러네요. "잭은 잠 자는 거 안 좋아!!! 자는 거 안 좋아!!" 와.. 아이가 다섯살이 넘으니 이제 자기 싫다고 떼를 쓰지 않고 잠 자는 게 싫다고 스스로 말을 한다고, 우리 잭 많이 컸다고 속으로 감탄을 했어요. "왜 자는 게 안 좋아?" 저는 아이에게 자는 게 왜 안 좋은지 물어봤어요. 제가 저희 아이가 자는 걸 이렇게나 싫어한다고, 그래서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주변에서 그런 얘기들을 해주셨어요. 아이에 따라서 자는 걸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아이들이 있..

육아일기 in 2023 2023.06.13 19

[학교에서 생긴 일] 나는 내가 싫어. 난 공부를 못 해.

학교 선생님께서 저희 아이를 사회성 부족을 걱정하고 계실 때 있었던 일이었어요. 1월 말, 2월 초의 일이었죠. 아이가 잠자리에서 그러더라구요. 자기는 자기가 싫고, 자기는 공부를 못한다구요.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저는 아이의 이런 이야기에 놀라고 당황했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자연스럽게 아이와 대화를 이어가며 도대체 아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날의 상황을 자세히 이야기해보자면,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며 침대에 누워서 읽을 책들을 몇 권 골라 침대에 다같이 누웠어요. 첫째 잭과 둘째 뚱이 사이에 제가 누웠습니다. 제가 골라온 여러권의 책들을 보면서 첫째가 갑자기 영어로 말을 하네요. "I hate this book. I hate this bo..

[형제이야기] 너 T냐?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 이야기

요즘 제가 저녁에 누워 즐겨보는 채널이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피식쇼인데요. 우연히 알고리즘을 통해 shorts 영상 하나를 보고는 '이게 뭐야?!!' 하고 보기 시작해서 요즘 제 생활에 웃음을 주는 쇼가 됐어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글로벌 쇼'를 표방하며 미국식 토크쇼를 흉내내며 한국어 섞인 영어와 콩글리쉬 등을 가감없이 구사하며 진행되는 토크쇼예요. 저런 말과 재치들이 어디서 나오나 신기하고, 생각지 못한 발상들에 웃음을 터뜨리게 됩니다. 특히, 그 중에서 Daily Korean이라는 코너에서 한국어 최신 속어를 가르쳐주는 코너가 있는데, 그게 정말 재밌습니다. 최근에 나온 Daily Korean에서 배운 말이 '너 T냐?' 라는 말이었어요. 이 말을 듣자마자 저는 저희 잭과 뚱이..

육아일기 in 2023 2023.06.10 6

[육아단상] 둘째 때문에 혼이 쏙 빠진 날

오늘은 둘째 뚱이 때문에 아침부터 혼이 쏙 빠졌어요. 사실 저희 첫째 잭 때문에 혼이 빠졌던 날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에 비해 둘째가 저희 혼을 빼 놓는 날의 수는 횟수로만 따지자면 그야말로 새발의 피예요. 그렇지만 과거의 기억은 미화되는 법! 첫째 때문에 진땀빼고 힘들어했던 시기가 얼마나 지났다고, 이제는 그 시간들이 기억도 나질 않는 건 물론이거니와 아예 그런 적도 없었던 것처럼, 그야말로 '없던 일'처럼 여겨지기까지 합니다. 우리 둘째 뚱이는 첫째에 비해서는 키우기가 수월한 편이었어요. 그 수월함에 제가 너무 맘 놓고 있었던 것일까요. 자신을 좀 더 손쉽게 다룰 수 있다고 믿고 있던 엄마에게 이제 그만 정신차리라고, 난 언제까지나 그렇게 쉽기만 하지는 않을 거라는 선언이라도 하듯이 오늘 아침 ..

육아일기 in 2023 2023.06.09 17

[육아단상] 아이가 처음으로 선생님께 인사를 건넸다!

2023년이 되면서부터는 대부분, 거의 99% 남편이 첫째를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고 있어요. 남편이 재택근무를 하는 덕분에 가능한 일입니다. 2022년 1월 남편이 런던에 있는 직장으로 옮기게 되서 2022년 8월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를 왔는데요. 당시 런던에 있는 직장을 잡기로 한 것은 코비드 상황이 좀 더 장기화되어서 당분간은 출퇴근할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는데요. 왠걸.. 당장 일주일에 하루씩 출퇴근을 해야했던 탓에 서둘러 런던 인근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렇게 급하게 이사를 진행하며 저랑 남편이 나눴던 얘기가, 막상 이렇게 이사하고 났더니 다시 재택만 하게 되는 거 아니냐고 우스개소리를 했었어요. 그런데 그것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올해들어 6월 초가 된 지금까지 남편이 회사에 나간 ..

영국 초등학교의 포닉스 교육과 손글씨 교육: 첫째(만5세)의 글씨 발전사와 둘째 마음 챙기기

저는 아이 둘을 키우고 있어요. 큰 아이는 다섯 살, 작은 아이는 세 살인데, 한국 나이로 치자면 큰 아이는 일곱살, 작은 아이는 네 살이에요. 오늘은 첫째의 손글씨 발전사를 써볼까 합니다. 한국에서도 일곱 살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기 전에도 글씨를 모두 배울 나이인데, 저는 이 나이가 왜 이렇게 이른 것처럼 느껴지나 모르겠어요. 제 친구들 중 똑똑한 친구들은 본인들이 네살, 다섯살에 스스로 한글을 깨쳤다고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티비에 나오는 글자나 책에 나오는 글자들을 궁금해할 때 주변 가족들이 조금씩 알려주는 것만 듣고 스스로 글자를 깨쳐서 글을 읽기 시작했다고들 했죠. 그러나! 저는 학교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글자를 배웠어요. 집에 언니가 둘이나 있었지만 언니들 곁에서 글씨를 깨치거나 하는 일은 저..

육아일기 in 2023 2023.06.07 8

전국민을 조기교육하는 영국의 공교육: 부모 입장에서 좋은 점과 힘든 점

저희 첫째는 만 5세, 영국에서 리셉션(Reception) 학년에 다니고 있어요. 리셉션은 초등학교 1학년을 시작하기 전에 있는 1년간의 과정입니다. 만 4세에 시작하는 영국의 공교육 영국은 의외로 교육과정이 빠르게 시작됩니다. 만 3세가 되면 모든 아이들이 1주일에 15시간씩 널서리(유치원)를 다닐 수 있고, 만 4세가 되면 리셉션 학년에 진학해요. 주 15시간은 일하는 엄마들에게는 터무니없이 적은 시간 수이지만, 만 3세라는 아이들의 연령을 생각하면 하루 3시간만 기관에 머물며 단체생활에 조금씩 적응하기에 딱 적당해보이기도 하는 시간입니다. 1년간 그렇게 적응을 한 후, 만 4세가 되면 주 5회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학교생활을 하게 되는거죠. 영국에서 아이를 키우며 놀란 것은 아이들에 대한 교..

1년에 총 6회 방학이 있는 영국 초등학교 생활: 4월 부활절 방학부터 5월 말 하프텀 방학까지의 근황

오랫만에 소식을 올립니다. 지난주까지 아이들 학교가 5월 말 하프텀 방학을 하며 저는 아이들과 바쁜 시간을 보냈어요. 그 외에도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오랫만에 저희의 지난 이야기를 하기 전, 도대체 왜 이렇게 영국에서는 방학이 자주 오는지, 이 방학을 어떻게 보내는지 적어볼까 합니다. 영국 공립 초등학교의 학기 운영과 방학 영국은 방학이 참 자주 옵니다. 지역에 따라, 학교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한데, 대부분 9월 초에 새 학년이 시작되고, 1개 학년은 3학기제로 운영됩니다. 걸쳐 총 6회에 걸쳐 방학이 있어요. 9월 초 신년도 가을학기를 시작하면, 10월 말에 1-2주간 첫 방학, 12월 중순에 2주간 크리스마스 방학, 해가 바뀐 뒤 봄 학기 시작 2월에 다시 한번 1주일간 방학, 4월에 2주간 ..

육아일기 in 2023 2023.06.05 6

[형제육아의 즐거움] 만 5세 첫째와 만 3세 둘째의 말재간

요즘 아이들이 말을 할 때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첫째는 말이 늦기도 했지만, 언어적으로 표현을 많이 하지 않는 아이였어요. 몸짓과 행동으로 많이 하는 편이었거든요. 아기 때 옹알이도 별로 없었고, 좀 더 커서도 자기가 생각하는 걸 말로 하기 보다는 자기 혼자하는 어떤 행동에 몰입하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둘째는 말이 빨랐고, 자기가 하는 행동이나 자기가 느끼는 감정들을 말로 잘 표현하는 편이에요. 언어를 통해 표현하고 확인받고자 하는 욕구가 좀 더 많은 것 같고, 언어 자극에 대한 반응도 좀 더 큰 편인 것 같아요. 이렇게 첫째와 둘째가 참 다르지만, 둘 다 각자만의 속도대로 자기만의 방식대로 커가는 걸 보면 참 신기합니다. 첫째는 첫째대로, 둘째는 둘째대로 각자의 언어적 발달로 저를 놀라게 해요. ..

육아일기 in 2023 2023.04.29 13

깜깜한 건 안 먹어도 돼 + 육아동지 및 육아선배들께 드리는 인사

오늘도 아이들을 재우느라 저의 밤쇼는 시작됐습니다. 저녁을 먹고, 아이들 양치를 시키고 나면 잠자리를 준비합니다. 아이들은 침대에 누워 자기 전에 읽을 책을 고르고, 남편은 아이들이 편하게 잘 수 있도록 침대를 다시 정돈해줍니다. 아이들은 많이 안 피곤한 날은 책을 많이 고르고, 곧 잠이 들 것 같은 날은 책을 적게 골라요. 많이 고르는 날은 다섯권 정도(얇은 책), 적게 고르는 날은 한 권만 고를 때도 있어요. 오늘은 둘이 함께 딱 세 권만 골랐네요. 다행이다 생각하며 책 읽기를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읽을 수 있는 쉬운 이야기 책을 읽을 때면 최소한 한 두 문장이라도 아이가 읽게 해보려고 애를 씁니다. 엄마 눈이 갑자기 안 보이네, 어쩌네 하며 쇼를 하기도 하고, 아님 딱 이 문장, 아님 두 문장만 잭..

육아일기 in 2023 2023.04.16 5

아이들과 벌인 바퀴벌레 논쟁, 그리고 싸구려 커피

요즘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예요. 제 핸드폰에 저장된 음악 재생목록에서 음악이 나오다가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가 흘러나왔는데, 아이들은 그 멜로디와 노랫말이 재미있었나봐요. 엄마 아빠가 맨날 커피를 마시는데, 노래에서도 xxx 커피를 마신다~~ 하고 가사가 나오니 말이죠. 그 가사를 듣자마자, "우하하하하! 짜그리 커피!!!!" 하고 첫째와 둘째가 함께 아주 큰 웃음을 터뜨렸어요. 싸구려 커피라는 그 말의 어감 자체가 웃기고 재미가 있었나봐요. 한참을 웃다가 첫째 잭이 묻네요. "엄마, 짜그리 커피가 뭐야?" 하고 말이죠. 그 말에 저랑 남편이 되려 웃음이 터졌어요. "짜그리 커피가 아니라, 싸구려 커피라고 한 거야. 싸구려. 그건 아주 값싸고 품질은 그저 그런 걸 말하는 거야. 그런 걸 싸구려라..

육아일기 in 2023 2023.04.15 8

요즘 제 베프를 소개합니다.

요즘 나와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저의 베프는 바로 우리 둘째 뚱이입니다. 아이들이 만 세 살이 지나니 함께 외출하기가 제법 수월해지네요. 첫째 잭은 한국에서 지내던 중 세 살을 맞이했고, 세 살이 되자마자 저와 단둘이 기차타고 부산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아이와 단둘이서 하는 첫 여행이라 당시 좀 걱정되고 긴장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순탄해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 우리 뚱이는 저와 단 둘이 어디 멀리 가지는 않지만 저의 모든 일상을 함께 하고 있어요. 꼭 해야 할 쇼핑이 있으면 함께 가고, 제 병원 진료도 함께 가고, 주유하러도 함께 가고, 커피 한잔 할 일이 있어도 함께 갑니다. 처음에는 나가기 싫다며 떼 쓸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엄마가 가야 하면 자기도 따라 가는 게 자..

육아일기 in 2023 2023.03.26 20

[리셉션 적응기] 선생님 면담 후.. 부부동반 재면담 이야기

지난 번 글에서 선생님과의 면담 후에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몹시 당황한 일을 적어보았는데요. 오늘 드디어 그 뒷 이야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지난 일 요약 이전글을 보시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요약하자면, 저희 선생님은 저희 아이가 다른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이 너무 떨어진다고 자폐를 의심하셨고, 의사를 만나볼 것을 권하셨어요. 저는 그 자리에서는 좋다고 했는데, 집에 돌아와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선생님께서 보시는 우리 아이와 집에서 우리 눈에 보이는 우리 아이 모습이 많이 달라 혼란스러웠고, 그런 점을 선생님께 이메일을 보내 추가로 설명드렸어요. 그리고, 저는 영어 장벽을 좀 낮추기 위해 아이에게 '외국어로서의 영어' 수업을 매일 10분이라도, 안 되면 주 2회만이라도 받을 수 있을지 여쭤봤어요. 그에 대한 선생..

[리셉션] 선생님과 면담, 그리고 그 후.. 자폐 의심과 우리의 대응

제 지난 이야기에 후기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실 거 같아요. 2023.01.31 - [교육/리셉션(0학년) 일상] - [리셉션 적응기] 아이(만 5세) 선생님께 또 불려갑니다... 사실 몇번이나 글을 적었다 비공개로 저장하고, 또 새글을 쓰다가 애들 때문에 중단하다가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 어느새 몇 주가 지나버렸네요. 당시 제 불길했던 예감은 틀리지가 않았어요. 선생님을 만났고, 선생님은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관찰한 아이의 특징을 나열하시며 소견서를 써줄테니 소아과 전문의를 만나볼 것을 권하셨어요. 선생님께서 묘사하시는 아이의 특징들은 다름아닌 고기능성 자폐(학습 능력은 있으나 사회적 상호작용이 안 되고 사회기술이 현저히 떨어지는 아이)였어요. 학습은 잘 되는 편이지만 다른 아이들과 상호작용이 없고 사회..

36개월 둘째 아들의 언어구사력, 그리고 형제의 다툼과 우애

요즘 블로그에 글을 좀 더 자주 써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 문장 쓰기 무섭게 잠자던 둘째가 우네요. =============== 둘째를 다시 재우고 돌아왔습니다. 제 생황이 이러니 그간 블로그에 글 쓸 시간이 없었다는 말이 이해가 가시죠. 애가 울어서 안아줬는데, 그래도 성질을 내며 울어서 쉬가 마려워서 그런가 해서 쉬하겠냐고 얘기해도 대답도 없이 몸을 틀며 울기만 하네요. 결국 남편 등장. 남편이 안으니 남편 품에서 쉬를 좌아악.... 아이 속옷과 잠옷바지는 물론 남편도 잠옷이 모두 젖어버렸습니다. 자기 전에 쉬를 뉘였는데도 쉬가 더 마려웠나봐요. 옷을 갈아입혀주니 언제 그리 울었냐는듯이 다시 잠든 뚱이. 36개월입니다. 3년을 키워도 이 정도네요. 다시 본론으로 저희 둘쨰의 언어발달에 대해..

육아일기 in 2023 2023.02.02 4